제국 · 교역 · 문화 세 관점과
스물다섯 질문으로 꿰뚫어 보는 중국 역사
폭군과 영웅의 이분법을 넘어선 진시황의 맨얼굴부터
이민족 혐오로 몰락한 수도 장안
관료와 환관의 힘겨루기 속에서 불타 버린 정화의 대원정 기록
중국이 일당 지배 국가가 된 속사정까지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질문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취한다. 각 장은 한 가지 핵심 질문으로 시작해 그와 관련된 여러 질문들로 확장하여, 깊이 있는 통찰과 현재적 관점을 담아낸다.
고대사의 송진, 당대사의 류준형, 송대사의 김한신, 원대사의 고명수, 명대사의 조영헌, 청대사의 손성욱, 현대사의 윤형진. 각 시대를 대표하는 중국사 소장 학자 일곱 명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 성과와 통찰을 바탕으로 중국사의 핵심을 깊이 파고든다.
“실크로드는 중국 고대 제국과 어떻게 연결되었을까?” “당대 환관, 그들은 역사 속 악인에 불과한가?”
“문치주의는 송나라를 문약하게 만들었는가?” “유목민족 몽골은 왜 해상무역을 진흥했을까?”
“17세기 소빙기는 명과 청의 교체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조선은 청의 속국인가? ‘속국’이라는 표현은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가?”
“소수민족은 누가 만들었는가?” “중국은 왜 일당 지배 국가가 되었는가?” 등의 질문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형성되고 유지되어 온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낸다.
개방과 폐쇄 · 소통과 단절 · 포용과 혐오
상반된 가치가 빚어낸 거대한 중국,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집필진은 중국사 전체를 꿰뚫는 특성으로 ‘열림’과 ‘닫힘’이라는 상호 모순적인 코드를 발견했다. 고대부터 이어진 실크로드를 통한 서역과의 교류는 안사의 난으로 이민족 배척을 불러왔고, 천하의 중심에서 천하의 일원으로서 해상 교역을 활발히 하다가 왜구와 몽골의 침략으로 해금 정책과 만리장성 축성을 내세우는 등, 중국 역사는 끊임없이 개방과 폐쇄, 소통과 단절, 포용과 혐오를 오갔다. 그러면서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압도하지 않고 나름의 균형을 맞추어 가는 모습은 주변 지역과는 다른 ‘제국의 문화’라는 맥락을 짚는다.
하여 이 책의 부제로서 “제국의 문화, 열림과 닫힘”은, 중국을 고정된 한 실체가 아닌 외부 세계와 끊임없이 교류하고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 유동적인 국가이자 제국의 문명으로 이해하는 시도임을 밝힌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이 통일된 시점에서는 ‘닫힘’이 강화되고, 분열된 시기에는 오히려 ‘열림’이 강해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집필진은 이러한 모순의 반복이 중국이 지닌 ‘제국의 문화’ 본질을 형성한다는 점을 꿰뚫어 역설한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열림’의 역사는 실크로드를 통한 서역과의 교류, 유목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당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송대부터 원대까지 번성한 해양 무역, 외래 종교를 포용했던 원의 종교 정책, 초연결의 아이콘으로 기능한 대운하, 청 후기 ‘아름다운 나라’ 미국과의 외교적 협상 등으로 나타난다. 반면 ‘닫힘’의 역사는 진시황의 만리장성 축조, 명대의 만리장성 재건, 당대 지방 행정구역 분할을 통한 중앙집권화, 정화의 해양 원정 기록 파기, 청 건륭제의 위계적 대외정책, 현대 중국의 일당 지배구조 등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열림과 닫힘’의 역학은 현재적 관점에서 앞으로의 중국 행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시진핑 체제하의 중국이 보여 주는 강력한 중앙집권화와 민족주의적 경향, 동시에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한 세계적 영향력 확대는, 앞서 집필진이 질문으로 삼았던 역사적 흐름의 현대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책의 후반부는 현대 중국의 일당 지배 시스템, 소수민족 정책, 주변국에 대한 위계적 질서 등을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며,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심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의 역사적 함의를 조명한다. 이는 단순한 역사서를 넘어, 현대 국제정치의 핵심 쟁점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며 특별한 관점을 제공한다.
『중국사를 꿰뚫는 질문 25』
기존 중국사 개론서와 무엇이 다른가?
『중국사를 꿰뚫는 질문 25』가 지금까지의 중국사 개론서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 책은 네 가지 원칙을 견지하며 집필했다. 첫째, 질문에 방점을 둔다. 둘째, 2000년대 이후 태어난 독자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질문과 서술방식을 고려했다. 셋째, 2020년대까지 한국에서 이루어진 최신 중국사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다. 넷째, 세계화라는 렌즈를 통해 중국사를 재조명한다.
특히 기존의 유럽중심주의적 세계화 개념에서 벗어나, 인류 역사 전 기간에 걸쳐 진행된 문명 간 교류와 소통의 관점에서 중국사를 바라본다. 진한 제국의 등장부터 현대 중국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결코 고립된 실체가 아닌 외부 세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변화해 온 역동적 문명이었음을 조명한다.
또한 25개 장 서두와 말미에는 독자가 해당 장의 질문에 담긴 주요 통찰을 현재적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 각 장의 질문을 통해 어떤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가를 독자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으며, 본문 내용을 파악한 후에는 무엇을 현재의 논점으로 삼을지 다시 한번 새길 수 있는 구성이다.
혐중, 친중의 흑백논리를 강요하는 현 시대,
이분법을 초월하는 ‘질문’과 ‘상생의 역사 관점’
역사교육의 새로운 모델
이 책은 ‘혐중’과 ‘친중’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역사적 통찰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1882년 미국에서 ‘중국인 배척법’이 제정되던 시기, 청나라가 조선에 미국을 첫 서양 수교국으로 소개했다는 사실은 복잡한 국제관계의 역학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이는 오늘날 미중 패권 경쟁과 갈등의 시대에,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역사적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들은 냉전의 갈등을 견디고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의 관점에서, 중국을 새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이 다가가길 희망한다. 또한 세계화된 지구촌의 관점에서 중국의 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역사 교육자들에게도 이 책의 질문들이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중국사를 질문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독자들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목민족 몽골은 왜 해상무역을 진흥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저자들은 육상 실크로드의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가 해상까지 확장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몽골이 육지의 제국에서 벗어나 해양으로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했던 전략을 분석한다. 이는 일반적인 유목민족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명은 왜 대대적으로 만리장성을 재건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군사 방어책이 아닌, 제국의 자기 정체성 확립과 관련된 문화적·정치적 함의를 탐구한다. 실제로 지금 우리가 보는 만리장성은 대부분 명대에 재건된 것이며, 이는 외부의 위협에 대한 방어와 함께 폐쇄적 자기 인식을 반영한다.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나 연대기적 접근에서 벗어나, 질문을 통해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이 책은 역사교육과 대중 역사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중국사로 보는 현대 국제질서의 동역학
과거에서 현재, 미래를 읽다
『중국사를 꿰뚫는 질문 25』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지적 나침반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세계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질문의 힘을 통해 재발견하는 중국사. 그 안에서 우리는 단순한 흑백논리를 넘어선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명의 성장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진시황부터 시진핑까지, ‘열림과 닫힘’의 역동적인 반복과 축적은 계속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중국이라는 오래된 미래를 새롭게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진시황의 폭정과 통일의 역설, 무측천의 여성 황제로서의 도전, 송대 사대부의 문화적 영향력, 몽골제국의 글로벌 네트워크, 17세기 소빙기가 명청 교체에 미친 영향, ‘사대(事大)’의 관점에서 본 조선과 청의 관계, 소수민족 정책의 변천 등 스물다섯 가지 엄선된 다양한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주제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중국의 ‘독특한’ 모습의 기원을 탐구하며, 인간과 세계에 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은 질문을 통해 역사를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중국사의 깊이와 넓이를 발견할 수 있게 안내한다.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를 연결하는 핵심 질문을 통해 독자는 역사적 통찰과 현재의 시사점, 미래의 혜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