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을 선포했다. 응원봉을 들었다. 탄핵했다.
지금은 대통령을 말할 시간!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럼에도 전 대통령 윤석열은 권력을 남용해 2024년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민은 여의도를 가득 메웠고, 국회의원은 담장을 넘어 국회로 모였고, 군은 미온적으로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불법 명령에 저항했다. 우리는 지난 계엄을 통해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지 않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어떤 위협이 되는지 똑똑히 알게 됐다. ‘개항도시 인문학’으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이 한 일을 되새기고, 대한민국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 본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개항도시 인문학’은 인천의 대표적인 인문학 특강 프로그램이다. 2022년 인천광역시 중구 개항로에는 책마을‧예술마을‧커피마을 등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 ‘개항도시’가 생겼고, 이곳에서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개항도시 인문학’이 개최된다. 시즌7은 최근 탄핵정국과 정권 교체,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떠올리며, ‘대통령’이라는 가장 정치적이고도 인간적인 키워드에 주목했다. ‘대통령’과 ‘민주주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순간, 뭐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최석호 소장은 개항도시 인문학 ‘대통령을 말하다’를 기획했다. 강연자들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대통령 이야기가 그 자리에 함께하지 않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 이렇게 책 《대통령을 말하다》로 출간된 것은 참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까?’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대통령 자서전 혹은 평전을 직접 쓴
작가들이 말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이야기
‘대통령을 말하다’는 균형을 잡아 진보와 보수 각각 두 명의 대통령을 선정했다. 생존 대통령은 제외하고, 역사적 평가를 어느 정도는 받은 대통령으로 기준을 삼았다. 논란이 있거나 임기가 지나치게 짧은 대통령은 제외하고, 국민으로터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뽑기로 했다. 그래야 과거 대통령의 치적으로부터 오늘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교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노무현·박정희·김대중·김영삼 등 네 분 대통령을 가렸다.
다음으로 강사 선정 기준은 대통령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다. 대통령 임기 중에 측근으로 모신 사람, 대통령 자서전이나 평전을 쓴 사람이라면 대통령을 잘 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유시민·조갑제·유시춘·오인환 등을 강사로 선정했다. 개항도시 인문학 ‘대통령을 말하다’ 기획자이자 강연 진행 때마다 해당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최석호 소장을 마지막 강사로 선정해, 설문조사 결과를 함께 살펴보았다.
편법과 반칙이 아닌 정의로운 승리를 위해 헌신했지만 국민과 어긋남이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공이 있지만 독재와 노동자를 희생시킨 과가 있는 박정희 대통령, 페미니스트였고 IMF 경제위기를 극복했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과도 있는 김대중 대통령, 민주화와 개혁의 공이 있고 동시에 국가부도라는 과가 있는 김영삼 대통령 등 이 책은 대통령의 공과 과를 돌아보게 만든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슬로건을 걸었고, “사회의 발전, 사회의 진보라는 것은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그만큼 나아갑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은 대통령을 뽑고 그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존재다. 대통령의 친위쿠데타를 겪은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이 책은 국민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곱씹게 만들며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을 높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