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배경 작화가가 그려 낸
도쿄의 작은 골목 상점 50곳
『도쿄 상점』은 폴란드 출신 배경 일러스트레이터 마테우시 우르바노비치가, 도쿄의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숨 쉬는 상점 50곳을 직접 찾아가 그림으로 남긴 작품집이다. 그는 이 소중한 풍경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상점의 외관을 그림으로 충실히 재현하는 한편, 사진으로만 남은 옛 장식을 일부 복원하거나 재구성해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았다.
일러스트 속 낡은 간판, 녹슨 셔터,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 같은 디테일에서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흔적이 살아 있다. 마테우시는 직접 현장을 관찰하고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에 디테일을 더했다. 또한 그가 표현한 빛과 색채는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흘러간 시간과 누군가의 그리움을 담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도쿄의 화려함 뒤에 정겨운 모습을 간직한 다섯 지역을 중심으로 각 장에 해당 지역의 상점 일러스트를 모았다. 일부는 외관뿐 아니라 내부까지 그려 넣어 공간의 분위기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림 옆에 실린 짧은 글은 배경 작화가로서의 내공과 세심한 관찰력을 보여 주며, 장면에 녹아든 이야기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각 장 말미의 ‘상점 메모’에서는 앞서 소개한 상점의 주소, 건축 연도, 작가의 관찰 메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표지 안쪽에 숨겨진 일러스트 지도를 펼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막 장에서는 작가의 작업실과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어 창작자에게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 거리들을 직접 걸으며 상점을 찾아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도쿄 상점』은 일러스트레이터와 여행자, 그리고 오래된 풍경을 깊이 간직하고 싶은 이에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책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