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트렌드와 동행하기 위한 종합 지도
“작은 파도 타려다가 익사한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매일 나오는 기업 발표와 시황 뉴스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할수록 안정적인 수익과 멀어지고 손실만 쌓일 위험이 크다는 말이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가 큰 파도, 즉 주요 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남보다 앞서 알아차리기가 극히 어렵다는 데 있다. 전문가의 식견은 기본이고 미리 내다보는 혜안이 요구된다.
그러나 신뢰할 만한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면 적어도 메가 트렌드와 동행하면서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 책 《글로벌 주식 투자 빅 시프트》가 바로 그런 길잡이 역할을 하는 종합 지도다.
반도체 산업에서 예를 들면 A업체가 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메모리반도체 제조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하자. 하이브리드 본딩이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반도체 밸류체인에서는 어떤 변화가 진행되는지 모른다면, 해당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작은 파도만 탄 뒤 수익을 현실화할 수 있다.
이 책의 7장을 읽은 투자자라면, 과거 반도체 산업은 전공정에서 회로 미세화를 통한 집적도 향상에 집중한 반면 이제 소재를 바꾸고 패키징에 변화를 주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트렌드를 안다. 전공정 투자를 줄이는 것은 회로 미세화가 물리적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새로운 패키징 방식이다. 반도체 산업의 부가가치가 앞으로 상당 기간 하이브리드 본딩 같은 후공정에서 나온다면, A업체 주식을 매입해 중장기에 걸쳐 보유해야 할까? 이 결정을 하려면 다시 7장을 읽어야 한다. 이 챕터는 하이브리드 본딩에 여러 종류가 있음을 설명한다.
해외 주식 투자 길잡이 없이 나섰다간…
이 책이 기획된 배경은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다.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비율은 2019년 말 2.6%에서 2024년 말 17.6%로 15.0%포인트 급증했다. 이처럼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난 데 비해 글로벌 핵심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단편적인 뉴스에 따라 막연한 기대를 품고 해외 주식을 매수했다가 조급하게 매도하는 사례가 많다.
‘리서치 명가’로 정평이 높은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가 이 책을 내기로 결정한 까닭이다. 실시간 시장 뉴스나 기업 실적 속보에는 누구나 손쉽게 접한다. 그러나 산업 전문가인 애널리스트가 다년간 담당 분야 주요 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축적한 깊고 넓은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포착한 변화의 변곡점은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금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필두로 로봇과 우주 등 분야를 위주로 새로운 밸류체인이 생겨나거나 기존 밸류체인이 크고 빠르게 바뀌는 시기다. 이런 거대한 흐름과 관련한 투자 지식을 개인 투자자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집필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들의 공감대이자 사명감이다.
분석 대상 산업은 16개로 모빌리티, 로봇, 우주, 에너지, 전력 인프라, 이차전지, 반도체, 전기전자, 금융, 게임, 엔터테인먼트, 조선, 운송, 제약, 화장품, 식음료 등 글로벌 주요 산업과 한국의 주력 산업을 망라했다.
로보택시와 로봇 등 변화의 최첨단으로 안내
로보택시는 택시 서비스의 첨단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동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는 ‘디플레이션 기술’이다. 기존 택시보다 훨씬 낮은 요금으로 편의성과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면서 기존 차량 소유 및 이동 서비스 모델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로보택시의 밸류체인을 알아야 이 분야 투자의 맥을 짚을 수 있다.
과거 로봇은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던 산업용 기계였다면, 이제 인공지능을 탑재해 협업과 자율 판단이 가능한 ‘영리한 로봇’으로 진화 중이다. 특히 인간과 협력 가능한 협동로봇과, 다양한 환경 속 작업이 가능한 휴머노이드가 주목받고 있다. 여러 작업을 알아서 수행하는 범용 로봇은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와 가정 영역의 핵심 일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름 너머에서 일상 서비스로’. 우주가 손에 잡히는 산업 영역으로 재편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초고속 위성 인터넷 사업은 글로벌 통신 지형을 바꾸고 있다. 발사, 위성, 지상 인프라 등 우주 산업의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전력과 전력망에도 강하다
AI는 전력 대식가, 무엇으로 이를 먹일까? 현실적인 선택지는 가스발전이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소형모듈원전(SMR)이다. 한국 기업들은 SMR의 핵심 부품 제조부터 시공까지, 주요 공급자의 자리에 올라설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급증하는 수요에 부응해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공급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주요 국가 전력망은 노후화에 투자 부족으로 신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는 해저 케이블 등 새로운 전력망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이 전력망 인프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이유다. 변압기와 초고압 케이블 등 한국 업체가 수혜를 보고 있고 수주잔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차전지는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기기 등의 핵심 부품으로 수요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과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한 한국 기업들과,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스마트폰, 확장현실(XR) 기기, 웨어러블 등 IT 세트 제품에 폴더블에 이어 마이크로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폼팩터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부품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LEDoS와 웨이브가이드 기술은 고휘도ᆞ와 소형화 구현이 가능해 차세대 XR 디바이스의 핵심으로 주목된다.
여기까지 서두에 소개한 반도체를 비롯해 1부에서 다룬 산업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본문 챕터의 순서는 관심도가 높은 업종을 앞에 배치하고, 해외보다 내수 시장 비중이 큰 업종은 뒤에 놓는다는 기준에 따라 잡았다. 2부에서는 금융에서 식음료까지 8개 산업이 분석된다.
‘오래된 미래’ K뷰티에 대한 장밋빛 전망
M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자산 시대, 우선적으로 고려할 투자 대상은 이 시장을 유지하고 연결하는 구조다. 이런 맥락에서 디지털 자산시장의 플랫폼인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를 주목해야 한다. 특히 로빈후드는 영역을 자산 관리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글로벌 게임시장은 지난해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두드러진 변화는 캐주얼 게임의 약진이다. 영상에서 숏폼이 인기 장르가 된 것처럼, 게임시장에서는 스코플리의 ‘모노폴리 고!’ 같은 캐주얼 게임이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PC 게임에서 최근 몇 년간 진행된 변화는 플랫폼 스팀(Steam)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추세다. 스팀은 게임 유통 외에 소비자와의 소통과 마케팅에도 앞장서고 있다.
음악 산업은 공연과 스트리밍, 굿즈, 팬 플랫폼이 결합된 복합 생태계로 진화 중이다. 중심에는 ‘슈퍼팬’이 있다. 이들은 전체 이용자의 20%에 불과하지만 스트리밍의 18%를 차지하며 라이브 공연과 실물 음반은 물론이고 팬 플랫폼에서 적극 소비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음반사와 K팝 기획사들은 팬 커뮤니티 기반 수익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조선업은 해운업과 밀접하게 연동된 공급 산업으로, 해운 호황기에는 선박 부족으로 운임이 급등하면서 신규 선박 발주가 늘어난다. 친환경·고효율 선박 수요가 증가하면서 LNG선을 비롯해 고부가 선종에 대한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핵심 경쟁 요소로 기술력과 납기 대응력이 부각되고 있다.
운송업은 경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의 흐름을 타는 경기순환주에 속한다. 그러나 운송업 내부에서는 자체 또는 정책 변수에 따른 경쟁 구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해운에서는 친환경 규제에 따라 노후 선박이 퇴출되면서 2027년부터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육상운송에서는 국내 택배에서 활발히 나타난 서비스 차별화를 분석하고, 항공운송시장도 살펴본다.
바이오시밀러는 미국 시장에서 상호교환성 확대 등 제도 변화로 수혜를 입고 있으며 국내 기업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약 부문에서는 AI 기반 신약 개발, 글로벌 임상 진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약가 정책 변화 등 제도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장기 성장성이 유효하다.
K뷰티는 지난 20여 년간 기술력과 온오프 유통망, 제품 기획력 등을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수출 기준으로 2024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랐다. 앞으로 성장 잠재력은 더 크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해외 시장에 이제 막 진출하기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한국 식품 산업의 미래는 수출에 달렸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이룬 글로벌 성공 신화는 이제 맛을 기본으로 한 콘텐츠로서 식품이 소비된다는 트렌드를 보여줬다. 콘텐츠로 소비되려면 글로벌 네트워크를 움직여야 한다. 농심은 삼양식품에 앞서 신라면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향후 두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과 과제를 분석한다.
책상 앞에 붙여놓을 글로벌 밸류체인 맵
이 책의 핵심은 별책 부록으로 제공되는 글로벌 밸류체인 맵이다. 이 지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개되는 16개 핵심 산업의 밸류체인 흐름과 단계별 기업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밑그림이다. 책상 앞에 붙여놓고 참고하도록 책 판형의 두 배 크기로 제작했다.
해외 주식시장이라는 모르는 바다에 사전 지식 없이 나설 경우 표류하다 좌초할 위험이 높다. 《글로벌 주식 투자 빅 시프트》는 해외 주식시장의 상세한 해도 역할을 하도록 제작되었다.
해외 주식 투자를 하고 있지만 투자하는 기업이 속한 산업을 분석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일반 투자자에게 맞춤인 책이다. 또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서려고 하는 독자에게는 사전에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관심 분야를 좁히고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데 길잡이가 될 책이다. 아울러 국내 주식을 글로벌 산업의 밸류체인 속에서 이해하고 투자하고자 하는 수요도 충족할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