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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의 산파술

비교의 산파술

  • 김수환
  • |
  • 문학과지성사
  • |
  • 2025-07-10 출간
  • |
  • 270페이지
  • |
  • 137 X 207mm
  • |
  • ISBN 978893204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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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19세기 끝자락에 태어나, 전례 없는 폭력과 유토피아적 희망이 공존하던 시대를 통과하며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실험을 전개해나갔던 발터 벤야민(1892~1940)과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1898~1948). 두 사람의 사유와 창작을 대질시켜 읽는 『비교의 산파술』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에이젠슈테인과 벤야민은, 이미 잘 알려진 공통의 탐구 대상인 ‘영화’를 필두로 다수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공유했고, 연결고리가 될 만한 공통의 지인들도 존재했지만, 두 사람이 생전에 만난 적이 있다거나 서로의 작업을 참조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은 두 사람을 사로잡았던 다양한 문제의식을 집약하는 세 가지 상징인 ‘유리 집’ ‘미키마우스(디즈니)’ ‘찰리 채플린’을 중심으로, 이들의 궤적이 흥미롭게 교차하고 갈라지는 양상을 파헤쳐나간다.
저자가 시도한 이러한 비교학적 독법은 각 인물을 따로 분석하는 방식보다 그들의 사유와 창작이 갖는 특징과 의의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두 사람의 모습이 상대에게 부딪쳐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들의 낯설고 새로운 얼굴을 만나게 된다. 나아가 면밀한 분석과 과감한 추론을 통해, 일견 사소해 보이는 저 테마가 두 사람의 지엽적인 관심사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라, 지난 세기 누구보다 명민했던 두 지성의 레이더가 포착한 20세기의 근본적인 문제들과 이어지며, 그 아래에 흐르고 있는 더 깊고 광대한 지층과 광맥들의 존재를 증언해주는 것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문화기호학의 창시자 유리 로트만을 다룬 『사유하는 구조』에서 출발해, 벤야민의 모스크바 방문 기록을 경유해 벤야민의 사유에 새겨진 소비에트 아방가르드의 흔적을 추적한 『혁명의 넝마주이』에 이르기까지,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폭넓은 학문적 스펙트럼과 깊이를 보여주며 꾸준히 독자층을 확장해온 김수환 교수의 네번째 저서다.

유리 집, 미키마우스(디즈니), 찰리 채플린
1부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벤야민과 에이젠슈테인의 사상과 창작의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길목을 차지하고 있는 ‘유리 집/유리 건축’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유리 집은 20세기 유럽 지성사와 예술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 중 하나다. 1851년 런던 하이드 파크의 만국박람회장에 세워진 ‘수정궁’에서 시작된 유리 집의 문화적 신화는, 러시아의 유토피아/반유토피아 문학, 파울 셰어바르트와 브루노 타우트로 대표되는 독일의 유리 건축, 바우하우스와 르코르뷔지에의 기능주의 건축에 이르기까지 철학과 이념, 예술을 넘나들며 100여 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어왔다.
에이젠슈테인은 실현되지 못한 영화 프로젝트인 〈글라스 하우스〉를 통해, 사방이 유리로 된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세계에 대한 상상을 구체화하려 했다. 그는 이 영화를 미국에서 제작하길 원했고, 파라마운트사와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까지 논의를 진행했다. 실제로 피츠버그의 한 공장에서 영화에 사용할 유리 건물을 제작하기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이디어를 끝내 구체화시키지 못했고, 개요를 계속해서 수정하여 끝없이 지연되다가 결국 종이 위의 구상으로만 머물게 되었다. 에이젠슈테인이 〈글라스 하우스〉를 구상하며 처음 염두에 두었던 것은 유리 집의 러시아적 계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여기에 유리와 투명성을 둘러싼 벤야민의 사유를 절묘하게 교차시키면서, 유리 집의 신화가 세기 전환기 파국적 상황 속에서 유토피아적 태고의 꿈을 재생시키고, 자본주의적 근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갈 새로운 인간의 청사진을 모색하는 유력한 내러티브로 작동해왔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총체적인 보편성과 투명성이라는 이상이 어떻게 전체주의적 감시와 스펙터클의 악몽과 맞물리며, 유토피아와 반유토피아의 양면적 얼굴로 진화해나갔는지 분석한다. 이러한 유리 건축의 역사적‧사상적 복잡성, 특히 당대 소비에트의 정치적 맥락 속에서 그것이 품고 있었던 미묘한 함의를 고려한다면, 〈글라스 하우스〉 프로젝트의 실패와 에이젠슈테인의 악전고투가 갖는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2장은 벤야민과 에이젠슈테인이 각기 다른 이유로 매혹되었던 디즈니/미키마우스를 논의한다.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을 넘어, 20세기 문화의 강력한 상징으로 자리 잡은 미키마우스는 어떻게 두 사상가의 사유와 실천에 흔적을 남기게 된 것일까? 에이젠슈테인이 서구 영화의 사운드 기술을 시찰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을 방문하던 중, 디즈니 스튜디오를 찾아 월트 디즈니와 친밀하게 교류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디즈니에 관한 에이젠슈테인의 관심은 단지 사운드 기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디즈니의 만화는 되찾은 낙원의 서사시나 다름없었다. 에이젠슈테인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미키마우스의 다형성과 가소성, 즉 항구적인 자기해체 상태에 놓인 형식에서 ‘태곳적 원형질’로 대변되는 존재의 ‘전(前)인간적 상태’를 포착했다.
한편 벤야민에게 미키마우스는 기술과 연동된 대안적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가게 될 ‘새로운 종으로서의 인류’에 대한 지향을 드러내는 특별한 표상이었다. 그는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 속에서 인간을 중심으로 구상된 피조물의 위계질서를 폭파시킬 ‘포스트휴먼적 미래의 예형’을 읽어냈다. 이처럼 두 사상가는 각각 ‘원시’와 ‘미래’라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갔지만, 그들의 사유는 공통적으로 현재의 지배적인 조건들을 의문에 부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맞닿아 있다..
3장은 찰리 채플린을 매개로, 벤야민과 에이젠슈테인의 사유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20세기 초중반을 대표하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채플린은, 특유의 연기술과 연출을 통해 유럽 아방가르드 와 소비에트 초기 영화미학에 영감을 제공했다.
저자는 채플린의 특이한 제스처를 산업화 및 기계주의와 연결시켜 바라보는 기존 연구에, 소비에트 아방가르드의 ‘채플린 컬트’ 현상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덧붙인다. 이어 채플린의 영화가 제공하는 웃음의 해방적 잠재력을 둘러싸고 벤야민과 아도르노가 정면으로 충돌했던 사정을 소개한 후, 아도르노에서 에이젠슈테인으로 이어지는 ‘유아적 잔인성’이라는 주제를 조명한다. 이를 통해 벤야민과 에이젠슈테인이 포착한 어린아이의 ‘신경생리학적’ 공통 분모를 부각시키는 가운데 각자의 사유에서 ‘유년기’가 지니는 중대한 위상을 재검토한다.
2부 4장은 소비에트 영화에서 소리의 도입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사운드로의 전환은 소비에트 현대화 프로젝트와 명시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다른 중대한 전환들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었음을 보여주면서, 혁명 이후 소비에트 사회의 전환기적 표상으로서 소리가 갖는 심오한 함의를 강조한다.
5장은 마르크스의 『자본』을, 심지어 제임스 조이스(『율리시스』)의 방식을 따라 영화로 만들겠다는 에이젠슈테인의 전대미문의 구상을 다룬다. ‘미래의 영화’를 향한 에이젠슈테인의 담대한 모색을 저자는 특히 ‘사물 이론’의 측면에서 읽어볼 것을 제안한다.

산파술: 벤야민과 에이젠슈테인의 비교학적 고찰
벤야민과 에이젠슈테인은 매우 특징적인 사유 방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다보는 대신에 돌아보는 방식,” 즉 현재에 입각해 미래를 전망하는 대신,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지향이었다.
저자는 이들의 사유를 비교학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알렉산더 클루게에게서 착안한 ‘비교의 산파술’이라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는 마치 과거의 산파들이 출산 도중 거꾸로 자리한 태아의 자발적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해 일종의 ‘폭력(악력)’을 가했던 것처럼, 두 사유를 의도적으로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예상 밖의 새로운 생각을 ‘출산’하려는 시도다. 문헌학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이러한 시도는, 두 사람의 실제 만남이나 교류 여부와는 무관하게, 각자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상대자이자 각별한 동시대인으로 그들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벤야민은 좋은 고고학적 보고서란 “발굴된 물건들의 출처뿐 아니라, 그것들이 발굴되기 위해 탐색되었던 이전의 지층들에 대해서도 보고”하기 마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죽은 자들이 전해주는 진정한 유산이란 결코 그들이 남긴 답변이나 해답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그것들을 내놓기까지 밟아갔던 실험과 사유의 여정이다. 결과물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품었던 최초의 문제의식, 그것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 희망과 좌절, 어쩔 수 없는 포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고수하려고 했던 모종의 내기…… 이것들이야말로 후대가 상속받아야 할 진정한 유산이다.” 독자들이 20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는 두 사람이 밟아나갔던 길을 복기해봄으로써, 그들이 씨름했던 과거의 물음을 우리 시대를 사유하기 위한 새로운 물음으로 재구성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목차

■ 차례

[서문] 어떤 동시대인
[들어가는 말] 에이젠슈테인-벤야민 성좌

1부
1장. 유리 집의 문화적 계보학
: 영화 - 문학 - 건축
2장. 에이젠슈테인의 디즈니와 벤야민의 미키마우스
: 태곳적 원형 혹은 포스트휴먼적 예형
3장. 채플린 커넥션
: 소비에트의 그림자와 다른 세계로부터의 신호

2부
4장. 혁명과 소리
: 볼셰비키의 땅에서 사운드 씨의 기묘한 모험
5장. 에이젠슈테인의 〈자본〉 프로젝트
: 영화논고, 영화사물, 영화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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