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교수가 해부하는 정치 성향 · 행동 ★★
★★ 베스트셀러 『유전자 지배 사회』 저자 신간 ★★
미국, 유럽, 캐나다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1980년대 이후로 젊은 세대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보수 성향을 띤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2024년, 《파이낸셜 타임스》,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등 주요 언론사는 젊은 세대 남녀 간의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가 유럽과 북미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점차 심화되어 왔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성별, 세대, 계층에 따른 전 세계적 정치 양극화나 20, 30대 젊은 남성들의 우경화 등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추세에 대한 현상학적인 분석들은 그동안 피상적인 설명만을 제공해 왔을 뿐이다. 전작에서 유전자의 지배가 어떻게 의학뿐 아니라 가정, 경제, 정치, 종교를 포함하는 인간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지를 고발한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네이처》, 《사이언스》 등 유수 학술지에 실린 사회심리학, 행동경제학, 뇌과학, 유전학, 진화론의 연구들을 종합해 인간의 정치 성향과 행동을 본질부터 파헤친다. 보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물음으로 시작되는 탐구의 여정은 보수와 진보의 실체를 규정하는 것을 넘어서 생물학적 종으로서의 인간을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자본주의, 종교, 음모론, 배타적 민족주의,
능력주의, 반페미니즘을 추앙하는
보수의 보편적인 본성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인 공화당의 밋 롬니는 재선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에 맞서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해수면 상승을 늦추고 지구를 치유하겠노라 약속합니다. 저의 약속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을 돕겠다는 것입니다.” 롬니의 말에서 드러나는 보수의 한 가지 특성은 인류애보다 자신의 가족과 친구에 대한 사랑을 더욱 강하게 중시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성향은 국제 기부보다 국내 기부에 상대적으로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그러나 보수 성향이 비단 도덕적 범주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보수는 그 반대편에 있는 진보와 경제, 종교, 외교, 인권, 과학기술, 교육에 이르는 다양한 쟁점들에서 다음과 같이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입장 차이를 보이는데, 이러한 양분화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되게 나타난다. 경제 체제(자유시장/사회복지), 종교(종교적/세속적), 국제 관계(민족주의/국제주의), 이민 정책(폐쇄/개방), 성소수자 권리(부정/지지), 페미니즘(반대/지지), 임신중지권(반대/찬성), 과학기술(불신/옹호), 교육(엘리트주의/평준화), 총기 규제(반대/찬성). 그렇다면 서로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 여러 사안들에 대해 이토록 일관되게 입장이 둘로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성향이나 행동이 특정 국가나 문화권에 한정되지 않고 나타난다는 것은 그것이 생물학적 본능과 관련 있음을 시사한다. 저자는 심리학, 행동경제학, 뇌과학, 유전학, 진화생물학의 최신 연구들을 종합해 이러한 양분화를 낳는 한 축인 공통적인 기저와 심리 기제로 보수를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을 포함하는 여러 정치적, 경제적 물음들에 답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기득권층을 지지하는가, 왜 한국의 보수는 친미 · 친일 · 반공을 외치는가, 왜 보수주의자들이 종교나 음모론에 빠지는가, 왜 사람들은 재력가와 유명인에게 열광하는가, 왜 보수 정권들은 무력 전쟁을 주저하지 않는가, 왜 부의 대물림과 불평등한 분배가 용인되는가, 왜 젊은 남성들은 비자발적 독신자를 자칭하는가, 왜 보수 남성들은 안티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가, 왜 20, 30대 젊은 남성들은 우경화되고 있는가.
사회심리학 · 행동경제학 · 뇌과학 · 유전학 · 진화생물학으로 해부하는
보수의 심리 · 보수의 뇌 · 보수의 유전자 · 보수의 환경 · 보수의 문화
구체적으로, 1장에서는 사회심리학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연구된 보수의 주요 심리 기제들을 살핀다. 특히, 특정 개인이나 계층이 다른 이들을 지배하는 것을 옹호하는 ‘사회 지배 지향성’과 사회적으로 부여된 권위를 인정하고 그에 복종하며 권위에 반하는 이들을 배척하고 기존의 규범과 전통을 따르는 성향인 ‘우익 권위주의’에 주목하고, 경제적 보수와 사회적 보수의 심리 기제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이와 관련된 뇌의 메커니즘을 들여다본다. 특히, 직관적인 판단 혹은 인지적 전략인 ‘휴리스틱’, 사전 신념을 고수하는 믿음 체계이자 태도인 ‘보수적 베이지언’, 편도체의 기능과 같은 심리학적 · 뇌과학적 개념들을 ‘번식’과 연관된 신호 체계나 ‘생존’에 연관된 교감신경, 행동면역계의 발현과 같은 진화론적 개념들과 연결해, 보수의 뇌에서 실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핀다. 한편, 진보의 뇌를 대표하는 전대상피질과 뇌섬엽도 소개한다.
3장에서는 정치 성향과 연관된 유전자들에 주목한다. 특히 ‘전사 유전자(warrior gene)’로도 불리는 MAOA 유전자형, ‘예민한 유전자(grouchy gene)’로 불리는 세로토닌 전달체 유전자형,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형,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형 등이 어떻게 인간의 공격성과 위계에 따른 사회적 행동,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경향과 성적 개방성, 집단 이기주의, 출산율뿐 아니라 1장과 2장에서 소개한 여러 뇌 영역과 사회 지배 지향성, 우익 권위주의 성향과도 관련 있는지를 탐구한다. 그러나 정치 성향은 유전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4장에서는 3장에서 소개한 동일한 유전자형들이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 높은 정치적 억압이나 스트레스 상황,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나 부모의 관심도 등 환경에 따라 정치성뿐 아니라 폭력성, 우울증, 반항심, 인지 기능 면에서 다르게 발현할 수 있음에 주목한다. 특히 젊은 남성층의 보수화 현상을 번식 유전자의 기능과 사회 지배 지향성 심리, 그리고 사회 환경의 변화 간의 관계를 통해 해석한다. 5장에서는 이전까지 다룬 여러 핵심 이론과 분석을 바탕으로, 보수의 본능이 문화 속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드러나는지를 앞서 열거한 다양한 구체적인 쟁점들과 연계해 고찰한다. 끝으로, 나가는 글에서는 보수를 그와 대척점에 있는 진보와 함께 비교한다. 보수를 평가하기로 한 합리성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과연 진보는 합리적인가? 우리 인류가 추구해 온, 혹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진보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들이 책의 마지막에서 논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