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의 건설을 꿈꾸었던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걸작”
헤게모니 선점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꿨던 치열한 사색을 집대성한 책!
그람시는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문화적 헤게모니 선점’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선점이란, 민주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전선에서의 싸움을 통해 점차 민중의 마음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을 의미했다. 사회 변혁은 폭력적인 갑작스러운 혁명보다는, 긴 시간 동안 지속적인 이데올로기적 전투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노동계급이 의식을 변화시키고, 문화적, 정치적 차원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상류층이 구축한 헤게모니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그는 대중 문학에 주목했다. 위계를 적용하거나 행사하지 않는 대중 문학을 일구기 위해서는 지식인의 적극적 참여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지식인은 학문과 계급, 이론에서 전통적이고 수구적인 태도를 버리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 이른바 유기적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인은 대중의 길잡이로 거듭나되, 대중을 어떤 정해진 목표로 끌고 가지 말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과 나란히 걷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람시는 무엇보다 대중이 사회의 중추를 이룬다는, 당시로서는 대단히 진보적이고 선구적인 생각을 가졌다. 대중은 역사의 능동적 추진력이기에 대중의 발전은 곧 사회 진보의 척도를 나타낸다. 그런데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대중이 이탈리아의 역사에서 한 번도 헤게모니를 쥔 적이 없었다는 그람시의 자각은 우리의 주의를 끈다. 그람시는 그 원인을 무엇보다 이탈리아 지식인의 철저하지 못한 반성과 게으른 실천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가능하다. 현대는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의 발달로 범람하는 정보가 우리를 진실에서 멀어지게 하고 시선을 비뚤어지게 만든다. 이럴 때일수록 지식인은 대중 문학이 의식과 정서를 공유하고 실천의 장이라는 선언 아래에서, 집단 무의식과 시대 정신을 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람시가 강조하는 유기적 지식인의 역할이다. 작가, 예술가, 문화 담당자 등의 지식인들은 대중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끊임없이 새길 필요가 있다.
그람시가 꿈꾸었던 ‘새로운 문화’는 현대에도 여전히 새롭다. 그가 문화의 생산보다 수용에 눈을 돌렸듯, 그람시를 받아들이는 우리 자신을 살필 때 그의 생각과 글은 여전히 더욱 유효해진다. 끝없는 재해석과 재구성, 의미의 재생산 과정 속에서 그람시의 언어를 곱씹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문화의 건설’이라는 그람시의 비전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