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해설한다는 것, 곧 사람을 이해하는 일
『테마 중심 인문학적 숲해설』은 단순한 숲해설 기술서가 아니다. 숲이라는 현장에서 부딪히고, 실수하고, 성찰하는 저자의 생생한 체험이 담긴 ‘삶의 교과서’다. 대상자를 오해한 채 실패한 해설, 청중의 상처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장면, 전문용어를 남발했던 자만심… 저자는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해설가로서의 성장을 진지하게 풀어낸다. 그 모습은 오히려 독자에게 깊은 신뢰를 안겨준다.
숲해설은 결국 ‘관계 맺기’의 예술
이 책이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지식 전달’에서 ‘관계 형성’으로의 변화다. 저자는 단편적인 식물 지식을 늘어놓기보다, 청중의 관심, 배경, 감정에 맞춰 숲의 이야기를 전해야 진정한 해설이 된다고 말한다. 숲을 관통만 하고 가는 관람객이 아니라, 생명의 연결고리를 느끼는 생태적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숲해설의 진짜 목표라는 저자의 신념은 감동적이다.
숲은 인문학이다, 감정과 기억의 공간이다
이 책의 인문학적 접근은 숲을 단순한 자연 환경이 아닌, 인간의 감정과 삶이 깃든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연리목에 투영된 가족사, 배롱나무에 담긴 청렴의 상징, 식물에 얽힌 이야기 속에 사람의 역사와 철학이 스며든다. 저자는 그저 해설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의 기억과 숲의 생명을 연결하는 ‘서사자’로 거듭난다.
결국 이 책은 숲해설이라는 좁은 전문 분야를 넘어서,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만날 것인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진다. 저자의 진심 어린 반성과 치열한 실천, 그리고 인간과 자연을 함께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독자에게도 스스로의 일터와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테마 중심 인문학적 숲해설』은 숲해설가뿐 아니라 사람과 더 깊이 연결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