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삶을 빌려 사람의 마음을 노래하다
새 사진과 함께하는 동시집 『저 새는 무슨 말을 할까?』는 단순히 자연을 관찰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새들의 몸짓과 소리를 시로 해석한 언어의 예술이며, 사진과 함께 펼쳐지는 자연 생명에 대한 섬세한 연민의 기록이다.
1. 시와 사진, 두 감각의 교차
책은 매 동시마다 윤상근 작가의 현장감 있는 생태 사진과 함께한다. 무심한 듯 정적인 장면이지만, 시인의 언어는 그 순간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한 마리의 동박새가 홍시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다.
“밥 먹는 새 편히 먹으라고 괜히 먼 곳을 본다”
이 한 줄이 전하는 배려와 기다림의 철학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울림을 준다.
2. 새의 삶을 통해 되돌아보는 인간의 삶
작가는 새들을 단지 관찰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새들의 행동을 통해 사람의 삶을 투영한다.
“엄마를 기다리는 솔부엉이 형제”나, “무심한 듯 앉아 있는 파랑새 아빠”, “시험 망치고 털을 부풀린 유리딱새” 등은 우리가 마주한 감정과 상황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이러한 시적 전환은 독자로 하여금 생명 간의 연결성과 공감을 경험하게 만든다. 독자는 어느 순간 새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새의 마음을 느끼고 그 안에서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3.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적 가치
책에는 뿔제비갈매기, 루시즘 참새, 넓적부리도요 등 희귀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새들도 등장한다. 단순한 동시집이 아닌, 환경 교육의 시작점으로서도 훌륭하다.
작가는 “이 새는 왜 이러고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생태적 맥락과 과학적 설명까지 덧붙인다. 뿐만 아니라 “먹이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둥지라는 게 별거냐?”, “다문화 시대의 후투티”처럼 다양성과 공존에 관한 메시지까지 담겨 있어, 이 책은 생태 교육을 넘어 인성 교육서로도 읽힌다.
4. 감정과 지식을 동시에 전달하는 드문 시도
서서희 작가는 오랫동안 국어교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게 만드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각 시 뒤에 이어지는 설명에서 새의 생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함께 제공해 감성과 지식의 균형을 이룬다.
요약하자면 『저 새는 무슨 말을 할까?』는 단순한 동시집이 아니라, 시와 사진, 생태와 감성이 만나는 다층적인 책이다. 아이들에겐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어른들에겐 잊고 지냈던 순수한 시선을 되돌려준다.
“작은 새가 전하는 커다란 말”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작은 날갯짓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