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마요. 과거의 당신을 구한 건, 당신 스스로였다는 거.”
‘영원’이라는 난제 앞에 서로를 구원해내야 하는 존재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서점을 지켜왔고, 그 시간 동안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남자와 생을 거듭하며 그 남자와 이별하는 여자가 머무는 서점. 그곳은 길 잃은 자들의 휴식처이자 갈 곳 없는 영혼들이 발을 디딜 자리, 땅에 묻히지 못한 이야기가 비로소 잠을 이룰 안식처이기도 하다.
영원을 거듭하며 길 잃은 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서점에 도착한 초대장 한 장.
[긴 세월에도 아직 귀신이 되지 않았으니, 서로 만나기를 청합니다(千秋未鬼 相面願求)…….]
서점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이유로 미처 몰랐던 서점의 본신(本身)이 깨어났다. 영원을 무기 삼아 서점을 멸하고 그들을 어둠으로 끌어들이려는 서점의 본신. 과연 그들은 영원을 끝내고 소멸을 택할 것인가, 영원이라는 불가해한 어둠에 머물 것인가?
“당신을 이곳에 남게 만드는 건 영원인가요, 아니면 다시 찾아올 나인가요?”
각자의 순리에서 피어나 운명을 거슬러 닿은 인연들
《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 《환상서점 2 : 긴 밤이 될 겁니다》의 영원과 운명을 거슬러 펼쳐지는 애틋한 관계들은 한층 더 절절하게 돌아왔다. 생을 거듭하여 한 사람만을 기다리는 서주와 영겁의 세월을 기억하기로 한 연서는, 해결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영원’이라는 족쇄로 인해 퇴색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그들 사이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풀어냈다.
한편, 새롭게 등장하는 전통적인 캐릭터인 역병의 신 ‘각시손님’과 책무덤에서 태어난 ‘책도깨비’ 역시 영원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의 애착과 갈등을 촘촘히 엮어 애절하게 그려냈다. 역병으로 사람들을 휩쓸어야 할 각시손님과 역병으로부터 이겨내고 사람들을 지켜야 할 의원 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은 영원을 넘어 ‘순리’에 반한다. 또한 세상 모든 욕망을 책 속에서 끄집어내 구현할 수 있는 책도깨비는 가질 수 없는 단 한 가지인, 가족을 욕심내면서 ‘운명’을 거스른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 설화를 기반으로 하는 각각의 캐릭터들은 기존의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재해석하여 몽환적인 판타지 공간에 신비스러움을 한층 더했다.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이야기와 소설 속 인물들의 오래된 인연이 켜켜이 쌓여 독자들로 하여금 황홀한 동양풍 판타지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