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여행지, 《케찹이 되고 싶어》
‘실패를 위한 실패’의 멋진 과정이었을까. 아니면 가장 ‘실패다운 실패’를 찾는 모험이었을까. 이 책은 실패에 대한 31일의 기록이자 도전이다. 대뜸 “실패 너 이리 오고.”라며 실패를 당당히 재촉한다. 실패를 간절히 기다린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실패하고 말겠다는 불굴의 도전과 의지. 그 불굴의 도전 앞에 오히려 실패는 가만히 멈춰 서서 말을 건다. “괜찮겠어?”
”까짓것, 뭐 어때.“ 담담하고 당당한 대답. 그렇게 실패는 모든 걸 포기하고 삶 안으로 스며든다. 마치 실패가 삶의 한 부분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31일의 실패는 우리의 삶을 온전히 투영한다. 삶 속에서 그것이 실패였던가 아니었던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실패를 즐기고 뜯고 맛보는 내가 있을 뿐.
‘케찹이 되고 싶다’는 책의 제목은 존재 자체로 빛을 발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우리는 삶의 수많은 장면들 속에서 때론 주인공이자 이방인이다. 그 안에는 다양한 실패의 얼굴들이 공존한다. 때론 웃고 때론 절망하고 때론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길을 걷기도 하면서. 그리고 가끔은 우연히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 운명 같은 일들과 마주칠 때도 있다. 이 책은 나에게 집중하고,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나"를 응원한다. 31일의 이 여행 동안 스스로를 흠뻑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
작가는 자신의 소소하고도 큰 실패들을 마주했던 어떤 날을 이렇게 기록한다. ‘나약하고 무력해진 나를 무작정 돌보고 싶었다. 나를 먹이고, 뉘이고, 입히고, 쓰다듬거나 간혹 불쌍하게 여기며 자신을 보호했다. 그런 내가 좋았다.’라고. 어쩌면, 우리는 나를 먹이고 입히고 보호하는 일에 너무 인색하지 않았을까. 나를 쓰다듬어 주는 일이 너무도 힘들진 않았을까. 이제 그 대답을 스스로에게 들을 차례다. 부디, 31일의 이 여행이 스스로에게 그 대답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노을 질 때, 세상이 귤즙으로 흠뻑 젖을 때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귤빛 노을을 맞으며 첫 장을 펼칠 당신에게, 어쩌면 또다시 실패할 당신에게 미리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