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완 작가와의 짧은 인터뷰]
Q. 작가님의 소설은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일상이 어딘가 낯선 시, 공간으로 변해버리는 순간들이 있나요?
A. 그런 순간들은 우연히 찾아옵니다. 이를테면 얼음이 녹아 조용한 부엌 식탁 위에 놓인 컵 안에서 달그락 소리를 낼 때, 도로 위 자동차가 끼익 소리를 내며 유턴을 할 때, 동네를 산책하던 개가 별 이유 없이 저를 빤히 바라볼 때, 카페에서 누군가 울고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말했을 때, 비 내리는 밤 낯선 여행지 숙소 창문으로 주인 잃은 우산이 도로 위를 굴러다니는 걸 볼 때, 김현식의 노래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을 때…….
Q. 이번 책에 담긴 소설 중 "사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이 있나요? 평소 어떤 사진을 찍거나, 감상하는 편이신가요?
A. 「눈이 내리는 환상 속에서」에서 주연은 별 의미 없이 이곳저곳 동네 풍경을 찍고 다닙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동네 산책을 하다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면 스마트폰을 꺼내 찍고 많은 비가 내린 다음 날 불어난 강물을 보다가 그걸 멀리서 찍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도 좋아합니다. 그런 걸 왜 사진으로 남겨두는지 잘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고 그걸 보고 있으면 아주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 사진 속 세계에 저도 사진처럼 시간 없이 존재하는 것 같은, 잘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요.
Q. 특히 여름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책을 집필하실 때부터 계절을 염두에 두셨나요?
A. 여름이 배경인 소설은 여름에 썼고 겨울이 배경인 소설은 겨울에 썼습니다. 계절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4계절 다 좋아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여름이 덥고 아무래도 다른 계절보다 불편한 면들이 있어서 그런지 여름 분위기의 소설을 쓸 때 감각을 더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주연, 인주, 유영과 같은 소설의 등장인물이 마치 가까이 있는 친구 같고, 유독 섬세하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인물을 구상하실 때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을 쓰시나요?
A. 평범한 저의 일상에서 어떤 소설이 시작되고 소설 속 배경 속에서 인물이 등장하면 저는 소설 속의 인물이 일단 스스로 움직이게 내버려둡니다. 거의 매번 그렇게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 속 인물의 행동과 말과 생각들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왠지 부자연스러워집니다. 그래서 가급적 먼저 구상하지 않고 인물이 스스로 소설 속에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입니다.
Q. 작가님이 소설을 계속 쓰시는 데 동력이 되는 요소들이 있나요? 소설 만의 매력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저의 일상은 평범하고 반복적이고 심심해서, 제가 저를 재밌게 해주려고 소설을 쓰는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소설 쓰기의 첫 번째 이유를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소설을 쓰면 혼자 방에 있어도 누군가를 만날 수 있고 어떤 일들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당장 시작할 수도 있어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