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은 사회문화사적인 맥락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내용과 내용은 서로 유기적인 관련성을 맺고 있다. 관련된 내용들은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시대적으로는 일제강점기, 해방기, 힌국전쟁, 초기 분단 시대, 산업화 이후 등으로 나누어진다. 시기가 아닌 문학 내재적인 면에서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작가론에 초대된 이는 한용운, 김동리와 김정한, 박경리, 마광수, 한승원 · 한강 부녀 등이다. 둘째, 작품론으로는 현진건의 「적도」, 이은상의 「무상」, 이효석의 「장미 병들다」, 염상섭의 「그 초기」, 홍성원의 「남과 북」, 이병주의 「별이 차가운 밤이면」 등이 있다. 그동안 비평가들에 의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작품들이기도 하다. 셋째로 기록문학이 적지 않다. 저자는 박순동, 김찬정, 전태일 등의 기록문학에 사회학적 상상력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문학적인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 밖에도, 이 책은 옥중 시, 나무리벌 소작쟁의, 북한의 서정소설, 비주류 현대소설, 세기말 페미니즘 문학 등을 문학사 속에 끌어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서평 :
이 책의 표제는 보는 바와 같이 ‘자유와 인권의 문학사’이다. 문학사는 글자 그대로 문학의 역사이다. 문학사는 한편으로 과거의 문학에 대한 역사적 집적물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가치의 체계를 재구성한 것이다. 본서는 후자의 유형에 해당한다. 저자가 오랫동안 문학평론가로 활동해 오면서 문학의, 사회학적 내지 심미적인 가치판단에 대한 경험과 통찰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본서는 비평적으로 선택된 문학사의 체계 및 성격을 지향하고 있다. 문학에 관한 정치의 논리만큼이나 무익한 것은 없지만, 책의 제목처럼 자유가 보수적이며, 인권을 진보적으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의 내용이 인권을 중심으로 한 진보적인 경향보다,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적인 경향이 우세하다고도 할 수 있다. 저자도 책의 성격에 있어서 3분의 2는 보수적이요, 3분의 1은 진보적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에 따라 이 책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을 피해 갈 수 없으니, 유의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인간적인 가치, 문학의 가치에 있어서는 보수의 문학, 진보의 문학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문학교육에서 우리 문학사를 인식하는 부분에 있어서 특히 이 책이 하나의 자료나 일종의 틀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을 출판사에 알려주기도 했다. 판단의 몫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라고 본다.
부록까지 포함해 모두 32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방대한 내용 중에서 특히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1)기미년 3 ㆍ 1운동 전후의 우리 문학, (2)소설가는 인정세태를 헛것에 의빙하다, (3)김동리와 김정한 : 우리 소설사의 쟁점, (4)폐허와 비전의 이중주, 애상을 노래하다, (5)야한 여자와 장미여관과 불편한 자유, (6)한승원과 한강 부녀를 회상하다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유의 글들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우리 문학사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매혹과 향유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감성이 독자들에게 소중한 문학사적 독서 체험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예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