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만드는지식 큰글씨책>은 약시나 노안으로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을 위해 큰글씨로 만든 책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모든 고전선집이 큰글씨책으로 제작됩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한국 근현대소설 초판본 100선’ 가운데 하나. 본 시리즈는 점점 사라져 가는 명작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이 엮은이로 나섰다.
≪순애보≫는 박계주가 박진(朴進)이라는 필명으로 ≪매일신보≫의 ‘일천원 현상공모’에 응모해 당선된 소설로, 식민지시기에 발표되었던 소설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고, 1930년대의 대표적인 통속소설로 평가받는다.
≪순애보≫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매일신보≫의 구독률이 2배 이상 높아졌다고도 한다. 그리하여 연재(1939. 1∼6)를 끝내자마자 1939년 10월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이 단행본 역시 인기가 대단하여 1945년 8월 5일까지 47판이 발행되었다.
지금 시중에서 읽을 수 있는 여타 출판사의 ≪순애보≫는 해방 후 달라진 독서 환경을 고려하여 개작된 것이다. 이 책은 박계주가 처음으로 구상하고 연재한 신문 원고를 그대로 엮은 최초의 책이다. 당시 신문 지면의 1940년대 식 맞춤법 그대로 편집했다.
통속소설이라고 지칭되는 소설의 인물들은 대개 예외적인 이력을 지닌다. ≪순애보≫ 역시 그러하다. 중심인물인 최문선과 윤명희는 모두 범상치 않은 가문에서 태어났다. 문선의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간도에서 사망한 것으로 암시되며, 명희는 목회뿐 아니라 사회활동을 하는 목사의 딸이다. 문선은 아버지의 사망 후 경제적으로는 어려워져 진학을 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며 문학·음악·미술 등 예술적인 취미와 재능을 생활 속에서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다. 명희의 집안은 목회자의 집안이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으며, 명희 역시 이화여전을 나온 지식인 여성으로 예술적 취미나 지성을 두루 갖추었다.
“그림과 성악에 천재적 재질을 가젓슬 만 아니라 글을 잘 짓기에 비범한 천분을 가지고 있”는 문선과 “얼굴 잘생기고 얌전하고 공부 잘 하고 글 잘 짓는” 명희의 사랑은 그 자체로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이 두 인물은 올곧은 심성과 의식을 지니고 서로를 믿는다. 특히 인순을 강간 살해한 누명을 쓴 문선을 명희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들의 사랑에 장애가 되는 것은 둘 사이의 오해나 다른 사람의 훼방이 아니라, 운명적인 사건뿐이다. 그러나 결국 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둘은 사랑을 쟁취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는 우리 전통 서사의 기본인 ‘혼사장애담’이며, ‘영웅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 친숙하며 동시에 낯설다. 독서의 전통상 익숙하고, 인물들의 생활이나 취향이 일반적인 대중들의 그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낯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