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에게”
상상의 땅으로 남겨놓은 ‘쿠바’ 대신 ‘카페쿠바’를 가자, 고 제안한다.
가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이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상상의 지도를 열어라
텅 빈 책상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개업 이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곳, 사색을 빌미로 빈둥거리며 의자에 누워있기가 일상이었던 출판사.
작가는 어느 날 어디선가 주섬주섬 모은 글들을 마수걸이로 보내셨다. 출판을 시작한 어수룩한 사람을 염려하신 끝에. “나는 사람이다.”라고 늘 하신 말씀, 물론 “I am a person.”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한테는 사람이다.’라는 말이다. 사람이 관심사요, 해결책이고 에너지원이며 희망이고 인생의 대상이라는 말씀이다. “상처가 왜 없었겠는가.” 하면서도 ‘사람’이라고 하셨다. 빈 책상에 앉아 대책 없는 시간을 보내던 사람을 걱정하며 보내신 글들에는 그런 사연 있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 ‘벗겨진, 생각과 마음’의 바다를 한동안 헤엄쳤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상상의 지도를 열 수 있기 때문에.
거울의 양면성
이 책은 다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작가가 지금까지 펴낸 수필집 등 열 권의 책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내가 바라본 타인과 타인이 바라본 나의 총체적 존재물’로써 거울의 양면처럼 내가 아는 자신을 보여줌과 동시에 무수한 자아의 다른 모습이 보인다.
첫 번째 이야기는 책 편지, 책 스토리, 인사말, 격려사, 표지 글 등이다. 정승윤의 『눈 한 송이의 무게』, 최민자의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김도식의 『무거운 철학 교수의 가벼운 세상 이야기』, 송인관의 『3일간의 시간여행』, 강현자의 『욕망과 희망 사이』, 김용례의 『은유의 정원』과 같은 도서들의 글 이야기와 그 작가들을 포함하여 윤모촌, 유혜자, 김종섭 작가와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여섯 개의 문학상을 받으며 했던 수상소감을 기억하며 수록했다. 세 번째는 작가의 문학관을 실었다. 네 번째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론과 작가가 한혜경의 『시간의 걸음』을 읽고 쓴 리뷰다. 특별한 이야기 또 하나, 마지막으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글로 그린 그림
이 책의 모든 작가는 자기만의 프롤로그를 갖는다. 문학의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이미지를 편마다 두 쪽의 캔버스 위에 형상화했다. 문자로 엮은 하나의 그림이다. 본문의 양쪽 정렬과는 달리 왼쪽, 오른쪽, 가운데, 배분, 나눔 정렬을 모두 사용하고 들여쓰기도 없다. 본문의 문어체보다는 구어적 성격의 친근함으로 그려졌다.
글과 사람의 이야기를 이미지화한 것은 출판이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시작해 보려는 〈책과달〉의 출발점이다. 이경은 책에 대한 유혜자 작가의 표지 글처럼 “늙은 과목果木을 뽑아내고 새 품종의 묘목을 심으려는 움직임을 예상해도 좋을” 시도다.
‘아무에게도, 아무것에도 속하지 말자. 진리라고 믿는 것조차.’
감각의 발등에 찬물을 붓고, 고요함을 베개 삼아 오수午睡에 들며 이렇게 중얼거리는 작가.
가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이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