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부를 쌓은 사람들과 그들이 만든 세계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으며,
우리는 왜 그들에게 열광하고 분노하는가?
오늘날의 세계는 ‘두 번째 황금기’라 불릴 만큼 극단적인 부의 집중을 겪고 있다. 상위 1%가 전 세계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소유한 지금, 슈퍼리치들은 자신들의 부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세상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선보인 초호화 결혼식은 극단적인 찬반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회자됐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들 또한 상식을 뛰어넘는 화려한 결혼식과 사치품, 호화로운 건축물로 그들의 위신을 과시했고, 이러한 과시는 오히려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정당화하는 수단이었다.
슈퍼리치,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는 단순한 부자 이야기, 혹은 경제 지표의 나열이 아니다. 경제사학자 귀도 알파니는 수천 년의 서구 역사 속에서 부자들은 어떻게 등장했고, 어떻게 ‘부자가 될 자격’을 획득했으며, 어떻게 부를 세습하고 정당화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중세의 왕과 귀족, 르네상스 상인과 금융인, 산업 자본가들, 현대의 테크 억만장자까지, 부자들은 단순히 자산을 축적한 존재가 아니라, 시대를 이끌었고, 제도를 만들었으며, 종종 국가보다 더 많은 자원을 소유했다.
로마 시대에는 여섯 명의 부자가 아프리카의 약 절반을 소유했다고 하며,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팔라스는 당시 황제였던 네로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11세기 당대 최고의 부자로 손꼽힌 잉글랜드의 귀족 앨런 더 레드의 토지에서 나오는 수입은 당시 잉글랜드 국민 총 순소득의 약 7.3%를 차지했다. 19세기의 제이 굴드는 미국 철도의 15%를 통제하고 있었고, 21세기를 대표하는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불어난 재산만 가지고도 아마존의 87만 6,000명의 직원들에게 1인당 1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를 축적했다. 이처럼 부는 언제나 집중되어 있었지만, 그 집중의 정도는 산업혁명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고, 21세기 들어 다시 한 번 절정에 이르고 있다.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에 따르면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유럽의 슈퍼리치 다수는 귀족 출신이었으며, 20세기에는 상업과 금융으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상속을 통해 부를 대물림하는 부자들의 비율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으며, 상위 0.1%의 부의 집중도는 1929년 대공황 직전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불평등, “우리는 부자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실망하는가?”
흑사병과 세계대전 시기를 제외하면, 부의 불평등은 수세기에 걸쳐 꾸준히 심화되어왔다. 유럽은 14세기 흑사병 이후 일시적으로 평등해졌지만, 15세기부터 불평등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산업혁명과 함께 금융업이 부상하면서, 과거의 귀족 대신 기업가와 금융인이 새로운 슈퍼리치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단순한 ‘부자’를 넘어, 제도와 권력을 움직이는 존재로 성장했다.
반면 미국은 출발부터 다소 달랐다. 귀족과 세습 특권층의 부재로, 건국 초기의 미국은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였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이후의 산업화, 철도 개발과 금융 시스템의 급속한 발달은 부의 불평등을 가속화시켰다. 오늘날 미국은 전 세계 슈퍼리치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며, 가장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부의 집중은 더 이상 과거 귀족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는 이처럼 부의 역사적 흐름과 집중 현상을 추적하며, 로스차일드, 푸거, 메디치처럼 ‘가문’을 이룬 전통의 슈퍼리치부터,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같은 현대의 테크 억만장자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부자의 탄생과 변화 그리고 그들이 사회에서 차지했던 복합적 위치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알파니는 데이터와 통계, 철학과 정치, 개인과 제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이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그려내며, 단순히 부유한 개인들의 행적이 아닌 ‘부’라는 사회적 구조의 기원을 조명한다.
소비는 사치, 저축은 축적?! 슈퍼리치의 딜레마
과거 서구 사회에서 부자는 늘 의심과 비판의 대상이었다. 중세의 수도사들은 부자를 죄인으로 여겼고, 공공의 이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자는 추방 대상이었다. 하지만 전염병, 전쟁, 흉작과 같은 사회적 위기가 닥쳤을 때, 부자들은 ‘구원자’의 역할을 맡았다. 기부, 세금 납부, 기반시설 건설, 대출 제공 등을 통해 그들은 공동체에 기여했고, 이를 통해 존재의 정당성과 사회적 신뢰를 획득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그들은 팬데믹과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도 자산을 보존하는 데 성공했지만, 공동체를 위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알파니는 이렇게 말한다. “역사적으로, 부자들이 사회에 기여하지 않을 때 그리고 그들이 대중의 고통에 무감각하며 그 고통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것을 보이거나 그런 의심을 받을 때, 사회는 불안정해지며 폭동과 봉기로 이어진다.” 일시적인 증세조차 ‘부자에 대한 전쟁’으로 간주되며, 오히려 공공의 세금을 통해 자신들의 손해를 메꾸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자들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과거 부자들이 ‘책임 있는 계급’으로 기능하며 정당성을 확보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그 정당성이 무너지고 있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금을 내느니 기부를 하겠다”는 말은 단순한 말뿐인 선언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부자들은 기부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 하고, 세금은 회피한다. 저자는 ‘선의’와 ‘의무’ 사이의 역사적 논쟁을 날카롭게 짚어내며, 그 배후에 숨은 권력의 논리와 사회계약의 변화를 드러낸다. 이 책은 단지 과거를 조명하는 역사서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슈퍼리치의 권력, 정당성 그리고 책임의 역사를 파헤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의 부자들은 과연 존재할 자격이 있는가? 더 이상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 부자들이 세계를 지배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장기적 관점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는 통찰을 제공하며, 미래를 위한 중요한 교훈을 전하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저자
“서구 역사를 관통하는 이 거대한 탐구 속에서 알파니는 부자들이 어떻게 부를 얻고, 사용하며, 때로는 잃었는지를 추적한다. 현대 불평등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다.”
- 발터 샤이델, 『불평등의 역사』 저자
“귀도 알파니는 다양한 서구 사회를 아우르며 초부유층의 역사를 독창적인 시각과 치밀한 연구로 풀어낸다. 이 책은 역사학자뿐 아니라, 경제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모두에게 귀중한 자원이다.”
- 재닛 C. 고르닉, 뉴욕시립대 사회경제불평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