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소설 부문 최초 수상작★
★고수리 작가 · 황예인 문학평론가 추천★
“살아서 갈 수 있는 천국이 있다면 여기일까?”
역대 최다 응모작을 뚫고 위로를 전하러 온 괴력의 소설!
살아가는 일에 지쳐버린 청년 ‘강하고’가 바다 마을에 모여 사는 근육질 할머니들에게 납치당해 떠밀리듯 다시 살아내기를 꿈꾸는, 재치 있는 장면과 따듯한 회복의 정서로 가득한 휴먼드라마.
역대 최다 응모작을 기록한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받은 김슬기 작가의 장편소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가 클레이하우스에서 출간됐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매해마다 직전 응모작 수를 갈아 치우며 출판을 꿈꾸는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12회 만에 신설된 ‘소설 부문’의 최초 수상작으로, 그간 브런치북을 통해 출판된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까멜리아 싸롱』(고수리) 등이 보여준 따듯한 감성과 끝없이 페이지를 넘기게끔 만드는 긴장감을 그대로 이어받은 쾌활한 작품이다.
소설은 몸도 마음도 약한 여성 청년 ‘강하고’가 어디서도 보기 힘든 강하고 힘센 근육질 할머니들과 바다 마을 ‘구절초리’에서 동고동락하게 되면서 생의 의지와 나아갈 용기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치지 않는 할머니들과 모든 일에 지쳐 있는 젊은이라는 상식을 뒤엎는 구도는 이 소설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만들고, 모든 것에 신물이 나 있는 다 큰 어른을 아이처럼 보살피는 진짜 어른들의 노력은 이 소설에 따뜻함을 더한다. 강한 체력, 좋은 어른, 시원한 물회, 달콤한 과자, 나만을 위한 차 메뉴, 등 밀어주는 이웃 등 우리가 평소에 꿈꿔온 모든 것이 이 안에 있다.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고’가 그랬듯 이곳에서 충분히 쉬어가길.
나 홀로 인생의 주인공 ‘강하고’
그를 구하러 온 저승사자 3인방!
서른셋의 배달 기사 ‘강하고’는 재개발 철거 지역의 빈집에서 고립된 채 죽음 같은 일상을 버티는 중이다. 부모님은 일찍이 그의 곁을 떠났고, 하나 있던 할머니도 세상을 등진 뒤 그에게 남은 가족이라고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 태수와 정아뿐. 그러나 믿었던 두 친구마저 ‘강하고’를 배신하자 ‘하고’는 깊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지도, 외면하지도 못한 채 외롭고 우울한 나날을 이어간다. 이리 치이고 저이고 치이기 일쑤인 그의 삶에 남은 것은 온통 썩은 동아줄뿐인 줄 알았는데, 웬걸, 그의 옥탑방으로 누군가 ‘하고’를 찾아온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스라이 스러져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강하고’의 집에 들이닥친 이들은 워낙 큰 체격 탓에 저승사자처럼도 보이는 근육 빵빵 할머니 3인방! 자신이 본 것이 헛것인지 실재인지 분간할 틈도 없이 ‘하고’는 할머니 한 분에게 그대로 들어 올려진다. 기절하듯 잠든 채 낯선 곳에서 눈을 뜬 순간, 깨닫게 된다. 이 뜻밖의 ‘납치’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큰 반전을 경험하게 될 거란 것을.
근육질 할머니들의 손에 끌려 도착한 곳은 햇빛에 알알이 부서지는 파도가 아름다운 마을 ‘구절초리’이다. 구절초리는 외부와 단절된 독특한 문화를 가진 바다 마을로, 마을의 리더이자 목수 왕영춘, 물회 식당을 운영하는 다정한 오길자, 입만 열면 폭탄 발언을 하는 양장점 주인 신원주를 비롯해 개성 강하고 몸도 강한 할머니들이 사는 곳이다. 할머니들은 ‘강하고’에게 그녀의 친모 ‘김명희’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얼굴도 모르고 살았던 엄마 ‘김명희’는 구절초리에서 오래 다방을 운영하며 지내다 몇 달 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소식에 마음이 삐죽 날 섰던 것도 잠시, 강하고는 스스로의 힘으로 엄마의 가게를 이어받기로 결심한다.
다 자란 어른에게도 보살핌은 필요하다
세대를 뛰어넘는 강인한 돌봄의 이야기
어른이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해 그대로 쓰러져버렸을 때, 누가 이 어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물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조차 스스로를 돌보고 다시 움직이게 하는 책임감까지 동반하는 것이겠지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그 순간에는 대체 누가, 어떻게 이 사람을 다시 살게 할 것인가.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남아 있던 단 한 명의 가족,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후 주인공 ‘강하고’는 애면글면 이어가는 배달 일도, 숨 쉬듯 만나게 되는 무례한 사람들도, 매일 스스로 챙겨야 하는 식사마저도, 모두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누군가에게는 음식으로 꽉 채워진 냉장고가 당연한 일이겠으나, 강하고 인생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기에 굶주린 배를 움켜쥘수록 자신이 챙기지 않으면 먹을 것 하나 없는 텅 빈 냉장고의 존재만이 강하고를 압박해올 뿐이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레 등장한 구절초리의 영춘, 길자, 원주를 비롯한 할머니들은 귀찮을 만큼 ‘강하고’의 인생에 간섭하려 들고, 배 터질 만큼 먹이려 들고, 등짝이 부어오를 만큼 두드려가며 ‘하고’가 살게끔 만든다. “억척스러운 활력과 다정한 오지랖, 호기로운 씩씩함”(고수리)으로 틈만 나면 ‘하고’를 둘러업고 생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어버리는 이 강한 어른들의 존재는 처음엔 내키지 않았을지라도 점차 ‘하고’를 좀 더 밝은 곳으로, 따스한 곳으로 끌어당긴다. 작가는 말한다. “다 자란 어른이 회복하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이 작품의 제목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어쩌면 단순히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리키는 것을 넘어서,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에게 보살핌을 받고 싶다는 마음, 그들을 본보기 삼아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언젠가 그 기억을 발판 삼아 다른 젊은이들을 돌보고 싶다는 데까지 나아가는 강인한 연대를 꿈꾸는 마음일 것이다.
가족이 별거인가? 함께 먹고 춤추고,
목욕할 수 있으면 그게 바로 가족이지
어린아이였을 때 미처 받지 못한 돌봄의 기억은 오래도록 한 사람의 발목을 붙잡곤 한다. 구절초리의 생활에 익숙해졌을 때쯤 할머니들과 공중목욕탕에 가게 된 ‘하고’는 뾰로통 튀어나온 입을 한 채 이렇게 중얼거리고야 만다. “저는 엄마 없어서 목욕탕에 한 번도 못 들어가봤어요.”(354쪽) 누군가는 엄마 손을 잡고 목욕탕에 가, 눈물이 나도록 때를 밀리고, 목욕을 다 마친 뒤에는 엄마가 쥐여주는 시원한 우유 한 병을 쪽 빨며 집으로 돌아올 때, 누군가에게는 그 경험이 미치도록 갖고 싶으나 끝내 가질 수 없는 결핍으로 남는 것이다. 다 회복한 것 같다가도 맘속 깊은 곳에 남은 울분을 터뜨리는 ‘하고’에게 마을의 대장 영춘 할머니는 등짝 한 대를 때린 후 답한다. 우리 할머니들도 다 엄마 없다고, 엄마 없어도 세상에 못 할 일 하나 없다고 말이다.
유난히 강하게 발달하는 신체를 유전적으로 타고난 할머니들의 모습 탓인지, 기 한 번 펴보지 못한 구절초리 남자들은 일찍이 도시로 떠나 할머니들은 결혼을 하지도, 자식을 갖지도 않은 채 도시 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해 살아간다.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꾸려야만 가족인 줄 아는 바깥사람들의 기준과 달리, 구절초리 할머니들은 서로가 서로의 가족이 되어준 세월이 그들의 하얗게 센 머리카락만큼이나 오래다. 그런 할머니들 앞에서 ‘하고’의 불평은 가벼운 투정일 뿐. 할머니들은 ‘하고’에게 가족이 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지, 서로 먹는 걸 챙겨주고, 함께 어울려 목욕탕 가고, 슬플 땐 따뜻한 배추전 부쳐주며 살아가면 된다는 아주 간단한 삶의 비밀을 경험케 해준다. 소설 속에서 사용한 ‘가족’이라는 말은 혈연으로 강하게 얽힌, 그래서 배타적이기도 한 일반적인 개념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혈연과 세대를 뛰어넘어 각자가 가진 허기를 채워줄 연대의 공동체이다. 이 작품을 읽는 독자 역시 이들과 함께 뛰고, 춤추고, 먹고 마시며, 뜨거운 물에 몸 담그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가족이 된 그들 안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