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로 사랑받아 마땅함을 일깨우는 그림책
귀여운 고양이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있는 표지 그림이 인상적인 《나라서 나를 좋아한대》는 존재 자체로 사랑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그림책이다.
아이에게는 조금은 특별한 동생이 있다. 남들보다 성장도 더디고, 말하는 것도 느린 동생. 아이는 이런 동생을 잘 보살피고, 자신의 일도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낸다. 아이를 보고 엄마, 아빠는 물론 주변 어른들 모두 칭찬한다. 그러면 아이는 어깨가 으쓱해지고는 한다.
하지만 아이 역시 어른들의 돌봄과 도움이 필요한 나이이기에,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 안에서 힘에 겨워 허덕일 때도 있고, 때로는 동생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여겨서 엄마와 아빠는 물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를 우연히 마주친다. 고양이는 아이의 외로움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 아이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고양이에게 털어놓고, 고양이는 묵묵히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아. 넌 아직 어린아이잖아.”라는 고양이의 말을 통해 마음을 들어 주는 것의 중요성과 외롭고 힘든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보여 준다.
책 속에는 장애나 질병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안타깝거나 불쌍하게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저 아이의 내면에 오롯이 집중하며, 아이가 느끼는 갈등과 책임감, 죄책감 등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잘해야지만, 착해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그 자체로 존중받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우쳐 준다.
작가의 경험에서 탄생한 이야기
작가는 어린 시절 장애를 가진 형제와 함께 자랐다. 그것이 특별하거나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장애 형제가 있다는 것은 비장애 형제로서도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로는 말하지 못할 고단함이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어른이 된 작가는 우연히 같은 경험을 지닌 사람을 만난다. 바로 그의 아내도 장애 형제자매를 둔 비장애인으로 자라난 사람이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놓던 두 사람은, 단지 그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이 씨앗이 되어 탄생한 책이 바로 《나라서 나를 좋아한대》이다.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는 종종 ‘특별함’이라는 말로 설명된다. 가족이나 친척들 사이에서는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쏟아지고는 한다. 그러나 그 곁의 비장애 형제자매들은 때때로 그런 배려의 그늘에 가려진다. 아직 어린아이임에도 스스로 어른이 되기를 요구받고, 자기 몫의 감정조차 억누른 채 부모나 형제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쓴다. 강요하지 않았지만 의젓해진 아이.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외로움,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이유 모를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된다고. 넌 아직 어린아이라고.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이야기는 장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있는 그대로의 나’에 대한 질문에 조용히 답해 준다. 사람마다 지닌 고유한 모습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하다고.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누군가보다 잘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하는 이유만으로도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위로받는 다정한 책
아이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한 《나라서 나를 좋아한대》는 모모로 작가의 밝고 따사로운 색감의 그림이 더해져 이야기를 무겁거나 어둡지 않게 그려 냈다.
아이와 고양이가 서로 부둥켜안고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고 있는 장면이나 서로 어렸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몹시 애틋해서 마음을 찌르르 울리고, 책 전체적으로 사용된 밝고 따사로운 색감은 보는 이의 마음을 다정하게 보듬어 준다.
이 책은 단순히 형제애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장애나 질병을 가진 형제자매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의 복잡하고도 정직한 감정들을 다정하게 끌어안고, ‘이런 마음을 가져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따뜻한 위로의 책입니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자체로 사랑할 줄 아는 것. 그런 마음이 이 책을 만나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조용히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또한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많이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마음을 들어주는 것’의 중요성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의 치유력’을 느꼈다는 감동의 서평이 이어지고 있다. ‘마음을 깊이 울리는 그림책입니다. 힘든 마음을 가슴속 깊이 감춰두고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닿았으면 좋겠어요.’, ‘어린 나에게 다정히 말을 걸어주는 듯한 이 그림책은 일이나 인간관계로 지친 어른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따뜻한 문장과 다정한 그림으로, 누구도 상처 주지 않으면서 장애 형제를 둔 아이의 외로움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잘 전달되는 그림책입니다. 안아 주기를 바라는 아이에게도,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도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라는 독자 서평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공감하며,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