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문장들 사이에서 발견하는 지극한 사랑
끝내 사랑을, 쓰기를 멈추지 않는 김명순의 단단한 내면
김명순은 1917년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문예지 『청춘』의 현상 공모에서 당선되면서 한국 최초 여성 근대 소설가로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그의 눈부신 재능은 여러 분야에서 빛을 발하며 시인, 소설가, 번역가, 신문기자, 영화배우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1925년 한국 여성 작가로서는 최초로 단행본 『생명의 과실』을 출간했고, 이어 두 번째 작품집 『애인의 선물』까지 적극적으로 책으로 엮어내며 시대를 앞서갔지만 당대 일부 작가들의 편견과 모욕을 견뎌야 하는 고달픈 삶을 살기도 했다. “하지만 김명순은 누가 뭐래도 참 강고한 사람” “갖가지 불행의 증거에도 결코 지치거나 꺾이지 않는 사람” “거푸 절망하면서도 기어코 오롯한 한 존재로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13면)이었다.
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생하고 아름다운 김명순의 문장을 읽는 일은 그가 품어온 지극하고 무한대한 사랑을 발견하는 일이다. 김명순의 문장에서 “내가 나로서 온전하고자 한 의지. 자신을 멈추거나 그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다른 말로 하자면, 자신을 향한 거센 집중”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명순의 첫 책이 나온 지 꼬박 100년이 되는 올해, 그의 문장을 살피고 그의 깊은 사유를 곱씹는 일을 더는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내 사랑을, 쓰기를 멈추지 않는”(14면) 김명순의 문장을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고, 되새기고, 새로 쓰는 동안 우리는 김명순의 단단한 내면을 발견하고 그 힘에 우리의 외로운 마음을 기대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 핀드가 펴낸 김명순의 책 ●
자유롭고자 했으나 다만 외로웠던 예술가,
오랜 시간 ‘호을로’였던 김명순의 문장이 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공명한다
에세이집 『사랑은 무한대이외다』 박소란 엮음
소설집 『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 박소란 엮음
문장집 『사랑하는 이 보세요』 박소란 엮음
작품집 『생명의 과실』 복원본
작품집 『애인의 선물』 복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