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대자연이나 관광지로서의 풍경이 아닌, 가까이에 있는 작은 산과 일상에서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그가 만나러 가는 것은 나뭇잎의 움직임, 아침빛의 변화, 산길의 공간감과 같은 미세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불러일으켜지는 사고와 감정, 몸의 변화를 섬세히 관찰한다. 매해 달라지는 자연, 피지 않는 꽃, 미세하게 바뀌는 온도와 빛. 저자는 이러한 변화들을 구체적인 시간성과 공간 안에서 기록하며 몸으로 감응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붙잡는다.
책은 서사와 갈등 없이, 흘러가는 생각과 풍경이 나열되어 있다. 2025년 5월에 촬영된 백련산 사진들은 지금 시점의 산을 기록하고 있다. 흐릿해지고 변형된 사진들은 산을 바라보는 시선을 왜곡하거나 지연시켜, 산책을 하는 신체적 감각이 떠오르도록 유도하거나 혹은 산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유도한다. 이들은 한데 합쳐져 일상에서 자연과 인간이 나누는 대화, 자연과 인간이 마주보고 있는 응시의 감각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