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열차에 몸을 싣고 나를 찾아 떠나는 인생 최고의 여행서
여행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발걸음이지만, 결국은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 말을 온몸으로 보여 주는 것 같다. 저자는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시베리아 횡단 열차라는 로망을 실현하며, 광활한 러시아 대륙과 발트 3국, 핀란드를 가로지르는 잊지 못할 25박 26일간의 대장정을 떠난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당신은 마치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쿠페 칸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 황량한 평원, 그리고 그림 같은 시골 마을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예술 작품이다. 특히 ‘오물(омуль)’ 어죽을 먹으며 바이칼 호수의 풍경을 만끽하거나, 하바롭스크의 우스펜스키 대성당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웅장함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고 감탄사를 내뱉게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행 중 겪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을 숨김없이 보여 주는 저자의 솔직함에 공감하게 된다. 특히 횡단 열차 안에서 만난 ‘국제 강도’ 러시아 경찰과의 황당한 에피소드는 여행의 민낯을 보여 주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순수한 체첸 청년 기로바와의 만남은 세상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당신에게 단순한 여행 정보를 넘어선 삶의 통찰을 선물할 것이다. 덜컹거리는 열차의 리듬에 맞춰 때로는 생각에 잠기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만남에 웃음을 터뜨리며,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마음속에도 새로운 용기와 감동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당신은 아마도 노트북을 켜고 러시아행 비행기 표를 검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