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 리포트 &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는 미국 자유민주주의의 철학적 기초와 그 지속 가능성을 진단하고, 이를 미주한인의 정체성과 삶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담은 이중 구조의 정치·사회 교양서이다. 첫 번째 책인 『1776 리포트』는 2021년 미국 백악관 대통령 자문 1776 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의 한국어 번역본으로, 독립선언문에 명시된 천부인권과 공화주의의 원칙을 중심으로 미국의 건국 이념과 그 역사적 투쟁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것이 현재 어떤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고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노예제, 진보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정체성 정치 등 미국의 원칙에 대한 내외부의 도전들을 예리하게 짚으며, 교육, 가족, 법치, 시민정신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 국가적 회복을 추구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번역자인 이종권 저자는 여기에 해제와 해설을 더해 한국 독자들이 미국 건국정신의 핵심을 더욱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록에서는 독립선언문 자체뿐 아니라 그 현대적 의미에 대한 저자 및 AI의 공동 번역·해석문도 수록되어 있어, 번역의 과정과 철학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두 번째 책인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 미주한인론』은 『1776 리포트』의 가치와 철학을 한국계 미국인 공동체에 적용한 저자의 자작 에세이 모음이다. 저자는 미주한인이 ‘권리와 이익’이 아닌 ‘행복’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뿌리와 과거를 혼동하지 말 것, 올바른 주인의식을 확립할 것, 미국의 정신적 토대인 독립선언문을 공동의 가치로 존중할 것 등을 촉구한다. 정체성 정치에 경도된 다문화주의의 한계를 비판하며, 보편주의적 시민정신을 회복하자는 주장에는 오늘날 정체성에 기반한 갈등이 확산되는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미국 정치에 대한 해설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그것의 구체적 실천에 대한 모색을 담은 선언적 저작이다. 한국인에게 미국을 설명하는 동시에, 미국이라는 거울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재를 성찰하게 하는 이중적 독서의 통로를 제공한다. 자유와 정의, 그리고 시민의 책임이라는 오래된 질문이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아나는 이 책은,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이 시대에 필독의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