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교육, 어린이를 향한 각별한 마음이 도드라진 강삼영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다.
담백하고 순정한 동시
무엇보다 그의 시는 담백하다. 수식이나 기교 없이 있는 그대로 시적 대상을 포착한다. 그러나 이 기교 없음은 오랜 숙련의 결과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노란/ 촛불 하나 달고// 슥-/ 담을 넘는다’(「호박」 전문)는 동시에서처럼 짧지만 호박꽃의 아름다움과 줄기의 비상이 잘 포착되어 있다. ‘풍선처럼 부풀다가/ 소리 없이 터졌다/ 별이 되었다’는 동시도 다르지 않다. 아주 짧은 시는 묘사만으로 충만하다. 도대체 무엇일까? 「도라지 꽃」이다. 단 3행으로 이루어진 시로, 하나의 문장 속에 시간의 흐름과 생육의 과정을 모두 담고 있다. 그럼에도 완벽한 한 세계를 담고 있다.
어린이의 마음결을 표현한 동시
행정가로도 십분 능력을 발휘했지만, 오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지낸 덕분인지 그의 동시에는 어린이의 생생한 마음결이 잘 드러나 있다. 표제시인 「하지 못한 말」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듯이, 아이들 마음속에 담긴, 그러나 권위에 눌려 내뱉지 못한 말이 담겨 있다. 이 세상 어느 동물도 ‘뛰었다고 벌을 받’지는 않다는 아이의 인식은 더욱이 도발적이며, 당당하다. 이와 같은 어린이의 마음속 외침은 그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언뜻 이오덕 선생의 동시를 연상시키는 「공부를 그렇게 땀나게 해 봐라」에서도 자신들을 빈정거리는 선생님을 향해 ‘우리 선생님,/ 우리 선생님 아니다.’라고 튕겨내는 솔직함도 소중하다.
자연과 인간, 어린이와 노인의 깊은 유대
이 동시집의 특성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 대척에 놓인 채 눈을 흘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동시의 본령이 그렇기도 하지만, 자연을 향한 시인의 시선은 한층 더 웅숭깊고 곡진하다. 「폭설, 먹을 게 없다」에서처럼 마을을 찾아온 날짐승들에게 ‘닭 사료 한 바가지 퍼’ 주는 마음이 있고, 「논」에서처럼 물이 들어오고, 그 위에 세상이 가득 반짝이고, 개구리 울음 소리까지 담기면 논은 우주 그 자체라는 자각도 짐짓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그의 동시에는 「푸른 감 붉은빛 돌 때」, 「손이 입처럼 매워?」에서처럼 어린이와 노인은 서로를 품으며, 마음의 쓰라림과 두근거림을 감지한다. 공감이 오롯이 자리잡고 있다.
강삼영의 동시는 익숙하면서 동시에 새롭다. 그의 동시가 주는 단정함과 푸근함, 대상을 향한 곡진한 마음이 우리 아이들을, 우리 동시단을 ‘노란 촛불’처럼 밝혀 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