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수전 손택은 “아름다움에 압도되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억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를 새롭게 보게 하고, 낯설게 보게 하고, 다르게 보게 하는 예술의 강력한 힘 덕분이다.
현장의 예술가, 예술교육가들이 이 책을 책상에 놓고 고민 있을 때마다 들춰보며 활용하는 ‘작은 사전’ 같은 책이 되었으면 한다.
‘현장’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현장現場이란 말은 시간성現과 공간성場이 결합된 말이다. ‘지금 여기’라는 뜻이다. 철학자 신승환이 “문화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고 한 말 또한 다른 서사를 품은 새로운 미적 인간이 만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저마다의 ‘현장들’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야기를 품은 시민들이 탄생하며 재미있는 현장들이 더 많아지길 희망한다.
결국,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_고영직, 「책머리에」 중에서
변화하는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선택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어지는 10개의 장에서 문화예술교육과 우리 사회를 동시에 관통하는 대화가 펼쳐진다. 철학자 신승환은 예술의 전복적 특성을 강조하며 “이제는 정답이 아니라 해답을 찾는 (예술)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예술가 정원철은 ‘흩어지는 공동체’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의 고유성이 존중되는 새로운 예술교육 공동체상을 제시한다. 김월식·김혜일은 정형화된 프로그램 중심에서 벗어나 삶과 일상을 공유하는 예술교육의 전환을, 고무신·김숙희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놀이문화를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자로의 변화를 강조한다.
김율리아·박진희는 정부가 중앙이 되어 주도하는 문화정책을 넘어 지역의 고유한 맥락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상향식 문화생태계 구축방안을 제시하고, 고영직·박지선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동료 시민’으로 만나는 문화다양성 교육의 새로운 접근을 탐구한다. 김탕·송수연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박찬국·제환정은 효율성 중심의 기술 사고를 전복하는 예술과 창의성의 힘을 강조한다. 김현주·서지혜는 지역 예술가가 공동체 변화의 촉매자로서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을, 이영범·최성규는 물리적 공간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히든 커리큘럼’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각 대화는 철학, 예술, 교육학, 사회학, 건축학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미적 인간’을 향한 근본적 질문으로 수렴된다. 세계를 다르게 보고 낯설게 보고 새롭게 보는 힘은 어디서 오는지, 예술교육은 어떻게 인간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의 발전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그리고 기술 문명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가 책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담론으로 엮어내며 문화예술교육이 길을 잃어갈 때, 또는 미적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멈췄을 때 어떤 지점을 다시 성찰해봐야 하는지 알려준다.
20년의 성찰, 새로운 20년을 향한 출발
우리는 결국, 아름다움에서 해답을 찾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교육은 2005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정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제도화 과정을 거쳐왔다. 지난 20년간 양적 확산과 함께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숙해온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이 책은, 코로나19 팬데믹,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사회 양극화 등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안들을 담고 있어 단순한 성과 정리를 넘어 근본적 성찰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단순한 담론집이나 정책 제안서가 아니다. 예술과 인간에 대한 가장 오래되고 근본적인 질문을 오늘의 언어로, 그리고 우리의 현장과 미래를 향해 다시 꺼내놓는 살아 있는 대화의 장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독자에게 이 책은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삶을 바꾸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이 다가올 20년을 살아갈 우리의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