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소리, 기쁨과 슬픔을 어루만지는 해금.
이 책은 해금이 한반도세 유입된 과정을 따라가며 시간의 결을 차곡차곡 쌓아온 문화사의 깊은 울림 속에서 해금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해금의 유입 과정뿐 아니라, 우리 역사에 처음 등장한 『한림별곡』의 기록부터 궁중 음악과 사대부의 놀이문화, 입신양명의 길, 혼례와 저잣거리의 장면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해금이 사랑받아온 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또한 해금은 궁중과 지식인 계층의 사랑을 받으며 ‘앵금’, ‘깽깽이’ 등의 이름으로 서민의 삶에도 깊이 스며들었고, 공간과 신분을 넘어 시대를 관통해온 악기였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해금과 유사한 찰현악기들이 세계 곳곳에서도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지며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북방 민족의 악기였던 해금을 받아들여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우리 민족은, 이제 우리 문화가 이 땅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를 넘나드는 수준 높은 문화 생산자로 자리 잡은 오늘에 이르렀다.
해금을 통해 우리의 감수성과 정체성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기를, 그리고 그 소리가 세계인의 마음을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