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로만 알려진 조지 워싱턴, ‘한 인간’으로 새롭게 읽다
조지 워싱턴은 통념적으로 ‘국부(國父)’, ’초대 대통령’, ‘독립전쟁의 영웅’이라는 몇 가지 수식어로 소환된다. 그러나 미국 혁명사를 면밀히 탐구해 온 최근의 역사 연구들은, 이러한 비문학적 상징 위에만 머무르는 한 워싱턴이라는 인물의 총체적 궤적을 포착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물 도서관: 조지 워싱턴』이 지향하는 바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워싱턴을 군사 지도자이자 흙냄새 나는 버지니아 농장 경영인, 노예제도의 수혜자이자 동시에 문제의식 보유자, 공화주의적 덕성의 ‘실험자’, 당파 없는 정치 모델의 창안자라는 다면적 틀에 동시에 위치시킨다. 이를 통해 일반 독자가 18세기 대서양 세계가 직면한 정치·경제·문화적 전환 속에서 한 개인이 수행한 정체성의 협상 과정을 역동적으로 확인하도록 이끈다.
십진분류법으로 확장되는 ‘한 사람의 도서관’
“노인 한 명이 세상을 떠나면, 도서관 하나가 통째로 불타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의 생은 그 안에 수십, 수백 갈래의 이야기가 겹겹이 자리한다. 특히 워싱턴처럼 혁명의 전선과 정치의 무대를 동시에 밟아온 인물이라면, 그 깊이와 폭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십진분류법’을 토대로 철학·종교·사회과학·기술·언어·예술 등 다방면에서 조지 워싱턴을 탐구한다. 이 독특한 접근 덕분에 워싱턴의 대표 업적뿐 아니라, 심리적·문화적 배경, 시대가 던진 도전, 그에게 영향을 준 혹은 그가 남긴 기록등을 놓치지 않고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한 권 안에 다양한 분야를 수용하면서도, 무미건조한 정보의 나열을 피하기 위해 저자의 해석과 스토리텔링을 곳곳에 녹여 냈다. 독자들은 마치 도서관 서가를 이리저리 거닐듯, 워싱턴이라는 거대한 인물도서관을 자유롭게 탐색하게 된다.
‘인물 도서관’ 시리즈, 작은 책 한 권에 담긴 거대한 입체성
이 책은 200쪽 남짓의 문고본 크기로 기획돼,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펼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벼움’은 형태에만 머무른다.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다층적으로 엮어 내면서도, 논문식 학술문이 아닌 흥미로운 이야기체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편집 방침은 한 사람을 다면적으로 재현하는 것이었다. 독자는 워싱턴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뿐 아니라, 미국 독립혁명이 지닌 의미, 대서양 세계의 공화주의 의식, 그리고 이러한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함의까지 사유할 수 있다.
오늘의 독자들에게 조지 워싱턴은 무엇을 말해 줄까
“자유란 무엇인가?
권력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체제 안의 모순을 직시한 뒤, 우리는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
워싱턴의 선택이 언제나 옳았던 것은 아니며, 그가 추구한 목표가 모두 성취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왜 여전히 워싱턴은 전 세계 정치·역사 담론에서 회자되는가?”를 묻는다면, 그가 평생 붙잡고 씨름했던 화두인 자유, 대표성, 권력 남용에 대한 경계가 아직도 현재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이상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실과 충돌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잃는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진다. 그럼으로써 ‘나의 오늘’에 워싱턴을 대입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부로서의 위엄과 사유의 깊이, 그리고 인간적 모순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쉽게 펼칠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입체적 ‘인물 독서’의 새 지평
『인물 도서관: 조지 워싱턴』은 혁명가의 삶을 더 풍부하게 읽고 싶은 사람, 이론서나 교과서적 서술에 지친 독자, 또는 조지 워싱턴을 이름만 알았던 이들에게도 모두 훌륭한 출발점이 되어 준다. 한 인간을 관통하는 다양한 맥락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이 작은 도서관에서 만끽해 보길 바란다.
“잠들어 있던 의지를 깨우고
스스로를 의심할 때마다 담대한 결단을 더해 줄
절제와 단호함이 맞물리는 순간이
지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