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는 어떻게 기술을 포용하고 통제할 것인가
대한민국 인공지능 기본 사회를 위한 사회계약의 틀 제공
새로운 ‘기본’은 기술로부터의 보호가 아닌, 기술을 통한 실질적 참여를 보장해야
인공지능 기술은 더 이상 특정 산업의 생산성 도구나 기술 혁신의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을 예측해 정보를 필터링하고, 챗봇은 관공서의 민원 창구를 대신하며, 의료 진단과 법률 자문까지 수행하고 있다. 기술은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라, 삶의 필수 조건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조율’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기술 중심화는 새로운 사회적 불균형을 야기한다. AI 기술은 이미 대기업, 고소득층,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기술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소수는 점점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된다. 반면, 기술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은 정보·서비스·기회에서 배제된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개인의 역량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술 설계와 배포 과정에서 구조화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사회계약은 산업 자본주의 조건 위에서 설계되었다. 개인은 노동을 제공하고, 국가는 복지를 제공한다는 교환 구조가 그것이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기 어렵다. 인간의 노동이 자동화되고, 복지조차 알고리즘을 통해 분배되며, 결정 주체와 책임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제 ‘기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사회계약의 핵심 질문으로 떠오른다.
이에 따라 새로운 사회계약은 ‘기술ᐨ권리’의 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국민은 AI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이용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기술이 내린 판단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고 정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서비스 접근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시민권에 관한 문제다.
저자는 AI 기술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작동하고, 그 수혜와 위험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권리와 책임, 공공성과 민주성을 기준으로 기술 사회를 재설계하자고 주장한다. 특히 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며, 공정성·투명성·책임성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한민국이 AI 기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헌법적·제도적 방향과 정책 전략을 제시하며, 기술이 모두에게 공정하게 작동하는 사회를 위한 실천적 청사진을 제공한다. 이 책은 정책을 설계하는 공무원, 기술의 공공성을 고민하는 시민단체, AI를 활용하는 기업, 디지털 격차에 주목하는 교육자와 활동가가 새로운 질서를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데 실질적인 아이디어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