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노인 인구
증가하는 노인 부양
2024년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약 20% 이상으로 집계됐다. 가파른 고령화로 50년 후 대한민국 노년부양비 세계 1위로 전망된다는 기사가 즐비했다. 약 30년 전부터 핵가족화가 급증했지만 해당 세대가 나이가 듦에 따라 부양가족도 늘어나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세금, 부양 부담까지 급증하며 한국 중장년층의 노후 준비는 불안한 실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부모의 노후를 모른 척할 수 없다. 미우나 고우나 ‘가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 세상에 태어나고 자라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지만 인생 최초의 인간관계는 가족으로부터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우주만큼 넓은 사회가 바로 가족이다. 기억을 형성해 갈 때 제일 먼저 온몸의 세포부터 기억하는 존재 역시 가족이다. 최초의 구성원이자 최초의 사랑.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어도 그 어떤 가족보다 더 이상적인 가족을 형성하는 ‘가족’도 많아진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기억이 형성될 두 돌 반, ‘엄마’와 가족이 되었다는 말로 시작한다. 지극한 사랑으로 키워준 엄마. 애정과 미움이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그 쓰라림을 달래준 40년이 넘는 세월. 엄마의 딸이 엄마가 되어도 엄마는 ‘엄마’의 손길이 사랑이 필요하다. 그리고 두 모녀는 어느덧, 90대 40대가 되었다.
부모는 나의 미래이고
나는 자식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 치매를 피할 수 없다.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내 가족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해 온 노후가 처절하고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어쩌면 열심히 살아온 당시 참았던 게 치매라는 아픔과 함께 표현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엄마니까 참아야 해.’ ‘엄마니까 감안하고 살면 분명 보상받을 거야.’ 어쩌면 ‘엄마니까’라는 말이 세상 모든 엄마를 가둬둔 것은 아닐까. 그게 치매 발병으로 인해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된다고, 힘든 것은 억지로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메시지를 보내오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은 그렇지 않더라도 좋았던 기억, 가장 소중한 기억,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먼저 잊기도 하고, 가장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 제일 오래 남기도 한다.
가장 힘든 것은 당사자일 것이다. 나도 기억하고 싶고, 가족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옆에서 자기를 부양하고 지켜보는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일 역시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노인들은 어쩐지 더 아이가 된 것처럼 행동한다. 속에 있는 말이건 없는 말이건, 진심이든 아니든 내뱉은 말 한마디에 괜한 싸움이 나기도 하고 여전히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이 책을 선택한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노인을 부양하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몸이 불편하고 기억이 흐릿해도 자신이 누구인지, 나를 대하는 상대가 어떤 감정으로 자기를 대하는지 모두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잊어서 안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지금 우리가 부양하는 우리 부모의 모습은 곧, 우리 미래의 모습이자 내 자식의 미래이기도 하다. 부모와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세대가 바뀐다고 하지만, 인간의 모든 노년의 모습은 어쩌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 힘이 없어지고 기억이 흐릿해지고 고집은 더 세지는.
함께 늙어가는 엄마와 나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작가는 책 〈싸우는 거 아니고요, 대화하는 중입니다〉를 통해 저자와 엄마의 세월 일상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엄마를 향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노인 부양의 어려움, 애환, 또 다른 노인 부양가족을 향한 위로까지 담백하게 쓰여있다. 읽는 내내, 마치 내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가 옮겨 놓은 듯한 느낌,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살았더랬지, 우리 엄마도 우리 아빠도 이러시는데! 하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메시지다.
“우리는 싸우는 게 아니고요, 대화하는 중입니다. 여러분도 조금은 격한 대화를 나누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