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의 대문호
시인으로서의 애트우드를 만나다
“이 시집에서 우리는 애트우드의 시적 역량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목도한다.”
_《뉴욕타임스 북리뷰》
누군가에게 마거릿 애트우드는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 이름일 것이다. 소설 《시녀 이야기》, 《그레이스》, 《눈먼 암살자》, 《증언들》 등은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부커상을 비롯해, 프란츠카프카상, 아서클라크상 등 여러 영예를 끌어안기도 했다.
애트우드가 대문호로 인정받는 것은 비단 소설에서의 성취 때문만이 아니다. 사실 그는 60년이 넘는 오랜 작가 생활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겨왔다. 작품 목록을 보면, 장편소설은 물론, 단편소설, 시, 논픽션 등 방대한 작품 세계에 압도될 정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애트우드의 시를 주목할 만하다. 그는 처음 출간한 작품이 시집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간 열다섯 권이 넘는 시집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논픽션 《글쓰기에 대하여》에서 자세히 묘사하듯, 작가의 길을 모색하던 애트우드가 처음 문예지의 인정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시였고, 이후 그는 시와 함께 작품 세계를 일구어왔다.
《돌은 위로가 되지》는 국내에 소개된 애트우드의 시집 가운데, 선집 형태가 아닌 최초의 시집이자 최근 작품이라는 의의가 있다. 원제는 “Dearly”로, 2020년에 발간되었으며, 2008~2019년에 쓰인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삶과 죽음, 시간과 변화, 자연과 좀비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어 섬뜩하게 아름답다.”
_《워싱턴포스트》
《돌은 위로가 되지》는 모두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1부: 늙음, 질병, 죽음을 목도하며 느끼는 고통
2부: 여성의 몸과 언어는 어떻게 오용되고 파괴되는가
3부: 반인간 등장,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
4부: 기술 문명, 자연 파괴 등에 대한 비판
5부: 상실, 소실, 홀로 남음에 대한 성찰
애트우드가 그간 써온 작품들에서 주요 테마로 삼은 ‘여성’과 ‘기술 문명 비판’ 등이 시에서도 여전히 중심축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SF적 혹은 환상문학적 상상력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늑대인간, 좀비, 외계인 등 다양한 비인간 생명체들이 시를 통해 목소리를 낸다.
특히 1부와 5부에서는 애트우드의 노년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과 시적 풍경들이 돋보인다. 개인사를 살펴보면, 애트우드는 이 시집을 출간하던 즈음에 평생의 동반자 그레임 깁슨을 먼저 떠나보냈다. 2017년에 혈관성 치매를 진단받고 2019년에 뇌졸중으로 사망한 깁슨의 흔적이 여러 시들 속에 남아 있다. 늙음, 질병, 죽음, 상실에 관한 애트우드의 깊이 있는 감정과 사색 들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번역가로서의 한정원,
정성을 다해 옮긴 시어들
외국시를 번역하는 작업은 결코 녹록치 않다. 뉘앙스와 맥락을 살리면서 원작의 미학을 온전히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에세이 《시와 산책》의 저자이자 시인인 한정원은 이런 어려움을 충분히 의식하고, 수년 동안 애트우드의 시를 온전한 한국어 문장으로 옮기기 위해 많은 정성을 들였다. 시어 하나하나를 고르고 수정을 거듭하며, 말의 뉘앙스까지 살리기 위해 애트우드 본인의 낭독을 반복하여 들었다. 또한 원작자의 일상을 수시로 접하며 작가의 마음에 가닿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