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가 펼친 일본 오컬트의 새로운 지평, 저주받은 그림이 불러온 불멸의 원념

『괴조도』는 일본 쓰타바라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담하고 복합적인 초자연 미스터리로, 저주받은 그림과 그에 얽힌 과거의 비밀이 현재에 끔찍한 복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입니다.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흰 깃털의 괴물 같은 새가 그려진 한 장의 그림이 불의 혼령 ‘제로’를 현실 세계로 소환하며, 15년 전의 잔혹한 학교 폭력과 살인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 냅니다.
마치 교코쿠 나쓰히코의 작품들처럼 일본 전통 요괴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스즈키 코지의 『링』 시리즈를 비롯한 J호러에서 볼 수 있는 저주의 연쇄적 전파라는 공포 요소를 교묘하게 결합했습니다. 특히 특별한 능력을 가진 호시에 미사키와 초자연 탐정 아사히로를 중심으로 한 조사팀의 활약은 오노 후유미의 『고스트 헌트』의 팀 분위기를 연상시키면서도 독창적인 캐릭터 관계를 구축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오가는 복잡한 서사 구조는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대신, 아야쓰지 유키토의 『Another』처럼 미스터리의 각 조각이 하나하나 맞춰지며 거대한 퍼즐을 완성해 가는 쾌감을 선사합니다. 이시다 사나에와 타카초 유리에라는 두 소녀의 뒤틀린 관계와 원념의 형상화는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에서나 볼 법한 시각적 충격과 심리적 불안을 글로써 완벽하게 구현해 냅니다.
『괴조도』는 단순한 공포물을 넘어 일본 사회의 폭력성, 학교 내 권력 구조, 가정 내 학대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와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습니다. 오쓰이치의 『GOTH』나 『ZOO』에서 느껴지는 병적인 아름다움과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영화 「회로」에서 느껴지는 기술적 소외감이 절묘하게 융합된 이 작품은, 한국의 젊은 소설가에 의해 현대 일본 호러 장르의 정수를 모두 담아낸 수작입니다.
미스터리와 호러, 초자연적 요소와 심리 스릴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괴조도』. 한국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일본 오컬트 호러의 새로운 지평을 경험해 보십시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여러분의 꿈속에 붉은 하늘과 흰 깃털의 괴조가 찾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