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늘 그렇듯,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 그러나 사라짐 속에서도 우리는 기억하고, 사랑하고, 다시 일어선다.”
이 책은 여든을 넘긴 한 노인이 평생에 걸쳐 겪은 인생의 파고를 조용히, 그러나 깊고 단단하게 담아낸 고백이다. 심상훈 저자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과 나라, 삶과 죽음, 성공과 실패를 오롯이 몸으로 겪은 산증인이다.
그는 피난민으로 서울 변두리 천변에서 자라났고, 청계천 가게 점원에서 시작해 무역업체와 제조업체를 일구며 한때는 번듯한 사업가로 우뚝 서기도 했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녹록지 않았다. 사업 실패로 절망의 끝에 몰렸을 때도, 사랑하는 가족의 병상 앞에서 무력감에 휘청였을 때도 그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매번 무릎을 꿇더라도 다시 일어나 손으로 땅을 짚고 이마를 닦으며 묵묵히 앞으로 걸어왔다.
인생의 고비마다 “이건 아니다”라며 꺾인 등 뒤로 묵묵히 싸워온 저자의 모습은 단지 한 개인의 투쟁을 넘어서, 바로 우리 모두가 품어야 할 삶의 태도를 말해준다. 이 회고록은 단순한 자기 고백이 아니라, 고통을 품고 끝내 사랑을 택한 사람의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이제 그는 말한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그 사라짐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끝내 이긴 것이다.” 이 문장은 바로 저자가 살아온 인생의 증거이며, 우리가 지금 이 책을 펼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