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질서의 재편, 우리에게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글로벌 연대와 시장·인구구조 혁신을 통한 성장 로드맵
대한상공회의소는 격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 13인과 함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이번 제언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구체화한 결과물로, 단순한 위기 진단을 넘어 구체적 실행방안을 담고 있다. WTO가 흔들리고 보호무역이 강화되면서 기존 성장방식이 위기에 부딪힌 지금,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글로벌 경제연합, 해외인재 유치, 돈 버는 방식의 전환, 그리고 실행을 위한 메가 샌드박스 도입 등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안한다. 구체적인 성장과 실행모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경제연합이다. 한국경제는 그간 모든 제도와 인프라를 대한민국에서 만들어 생산하는 독립경제체제였다. 이런 방식이 속도감 있는 성장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경제 규모(Size)나 목소리(Voice)는 작아 글로벌 지형변화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씨름을 잘해왔던 선수가 수영을 하게 된 상황”이라며 “물속에서 씨름이라도 하자고 목소리 내야 하는 것 아닌가”란 얘기다.
또한 시장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 창출이 가능해져 저비용 구조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심·저성장 등 경제문제와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문제 등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는 일본과의 연대를 제안한다. 양국 시장을 합하면 6조 달러의 세계 4위 경제권을 형성해 규칙 제정자(Rule-setter)로의 역할 전환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LNG 수입 2, 3위국이 공동 구매하면 가격협상력도 높아지는 등 저비용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도 짚고 있다.
둘째, 500만 해외인재 유치 제안이다. 우리경제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 중 하나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소규모 내수인데,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부터 고급두뇌를 받아들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숙련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 소비창출뿐 아니라, 납세 효과도 얻을 것으로 진단했다.
‘젓가락으로 콩 건져내기보다는 큰 숟가락을 활용하자’는 논리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독일의 그린카드 같은 비자 혜택,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제안하고 있다. 좀 더 과감한 방법으로는 해외 대형 반도체 팹(fab)을 국내로 유치해 관련 고숙련 근로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큰 삽 전략’도 유효하다고 적고 있다.
셋째, 돈 버는 방식의 전환도 제안했다. 제언집은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되는데, 한국은 그간 상품수지에 의존해 성장해왔고 이런 방식만으로는 관세정책의 타깃이 되는 등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본원소득, 영국의 서비스를 보라’며 일본과 영국 등은 본원소득수지와 서비스수지의 선전이 상품수지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서비스와 본원소득 공략을 위해 K-푸드, K-컬처 등을 산업화하고 전략적 해외투자를 강화해 투자소득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푸드를 예로 들어, 그간 푸드 그 자체의 상품수출에만 신경썼다면, 이제 K-레시피, 쿠킹클래스, 주방기구, 인테리어 등 조직적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무풍지대’를 개척하자는 제안이다.
성장모델 구현을 위한 실행모델 중 하나로는 ‘메가 샌드박스’를 제안했다. 이 책은 “성장모델 실행을 위한 최우선 기준은 ‘저비용’”이라며 “성장모델 구현을 위해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고, 성과까지 시차가 존재할 텐데, 단편적 접근보다는 전체적으로 한 번에 해결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위 가성비의 토털솔루션이 필요한 건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 메가 샌드박스”라고 주장했다.
메가 샌드박스란, 혁신 산업자에게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메가(광역) 단위로 넓힌 개념인데, 지역의 비교우위 기술, 산업, 컨셉을 결합해 지역별 다양한 선택조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샌드박스 내 파격적 규제혁신’, ‘민간이 원하는 과감한 인센티브’, ‘글로벌 인재 매칭’, ‘글로벌 정주여건’ 등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구와 저술에는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지평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 등 뜻을 같이한 전문가 13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