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용감하다!” 〈가디언〉 선정 최고의 자연 에세이!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온갖 다채로운 이야기” 정혜윤PD·요조 강력 추천
기후위기와 여성의 삶, 깊은 사랑에 대한 한 사람의 기록이자 모두의 서사
“내 기억에 고래들은 희망이나 절망에 흔들리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그들은 삶과 매 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혼자의 힘으로
어린 자식을 데리고 세상 끝까지 헤엄쳐 간다.”
(본문 349쪽)
BBC 기후 전문 기자였던 도린 커닝햄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그린란드 외무장관 알레카 해먼드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후위기의 최전선을 취재해 온 전도유망한 언론인이었다. 그러나 아이 맥스의 탄생과 함께 그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불안정한 수입, 양육권 분쟁, 연락이 끊긴 친구들, 그리고 미혼모를 위한 허름한 쉼터에서의 막막한 나날들. 그때 문득, 북극해까지 새끼를 데리고 이주하는 회색고래들이 떠오른다. 그는 실직 사실을 숨기고 은행 대출을 받아,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과감한 여행을 시작한다.
《사운딩》는 멕시코 석호에서 북극해까지, 16,000킬로미터에 걸친 회색고래의 생존 이주를 따라 떠난 여정이다. 저자는 BBC 기자 시절 찾았던 알래스카 최북단 우트키아빅 마을을 다시 찾고, 자신에게 ‘칼레악’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이누피아트 가족과 재회한다. 그곳에서 기후 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북극 원주민들의 목소리와 고래가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를 마주한다.
이 책은 단순한 환경 르포도, 여행에세이도 아니다. 아이와 함께 견뎌낸 초라한 밤들,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운 여성 공동체의 지지, 멸종을 앞두고도 의지를 잃지 않은 고래들의 아름다움이 문학적인 문장으로 빛난다.〈가디언〉은 2022년 이 책을 “최고의 자연 에세이 톱 텐(Top 10)”으로 꼽았고, 〈뉴스테이츠먼〉은 “헬렌 맥도널드의 《메이블 이야기》를 잇는 걸작”이라 평했다.
《사운딩》은 이 시대의 여성에게 전하는 강인하고도 위대한 생존 서사이자, 인간이 만든 기후 재앙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운 찬가이다.
사라진 이름, 지워진 경력, 혼자가 된 나에게
고래와 이누피아트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정리해.’ 내가 임신했다고 하자 파벨이 말했다.
…
‘예약일에 같이 가줄래?’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파벨은 부탁을 거절했다.
‘한 번 해봤잖아. 그때랑 똑같아. 괜찮을 거야.’
그에게 첫 임신중지수술에 대해 털어놓은 내가 미웠다.
(본문 112~113쪽)
《사운딩》은 여성의 몸과 감정, 그리고 양육의 현실을 거짓 없이 직시하는 에세이다. 도린 커닝햄은 파벨이라는 남성과의 관계에서 임신중지, 양육 거부, 그리고 감정적 회피를 경험한다. 파벨은 출산과 함께 저자가 감당해야 할 고립과 생존의 배경이 된다. 반면, 알래스카 북부의 이누피아트 마을에서 만난 빌리는 전혀 다른 남성이다. 빌리는 저자를 북극 공동체의 일원으로 조건 없이 수용하면서, 그의 공동체가 고래를 대하는 방식,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따뜻하게 가르쳐준다. 파벨이 저자를 일과 삶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배제의 대상이라면, 빌리는 저자가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수용과 관용의 대상이다. 아울러 이누피아트 중 많은 수가 알코올 중독 등 서구가 원주민을 강탈하는 와중에 저지른 불행을 겪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던 토착의 삶을 망가뜨린 서구의 약탈적 개발과 식민주의를 비판한다.
이 책은 여성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아픔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아이와 함께 고래를 따라가는 긴 여정을 통해 고난을 극복해 내는 과정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도린은 자연 속에서, 그리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회복해 간다. 《사운딩》은 마치 고래처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나아가려는 모든 여성에게, 이 책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스라엘, 스페인, 나미비아… 확장되는 회색고래 서식지의 이면
기후 위기의 물살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살아가게 될까?
최근 몇 년 동안 이스라엘과 스페인, 나미비아(Namibia) 해안에서
회색고래들이 발견되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먹이를 공급하는 얕은 서식지가 늘어날 수 있지만, 해양 산성화와 온난화가 먹이를 대량 살상하지 않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나는 회색고래가 회복력과 인내력, 적응력, 그 이상을
모두 갖춰주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맥스는? 변화가
눈사태처럼 가속도를 붙이며 덮쳐오는 미래에 맥스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본문 252~253쪽)
책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회색고래의 서식지가 바뀌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회색고래가 새로운 터전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뉴스는 일면 기쁘지만 동시에 불안한 징후다. 회색고래가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산성화와 온난화가 바닷속 먹이를 죽이지 않아야 한다.
《사운딩》은 회색고래의 이주를 추적한 기록인 동시에 인간의 미래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서 고래의 회복력에 경탄하는 동시에 두 살배기 아들 맥스의 삶을 염려한다. 기후변화가 태풍처럼 몰려오는 시대,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누군가의 엄마가 된 한 여성이, 아이와 함께 세상의 끝자락에서 다시 삶을 배우는 이야기다. 동시에 북극의 찬 바람 속에서, 고래의 숨소리와 이누피아트의 손길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사랑과 연대의 감각을 하나씩 되찾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의 현실을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이 책은, 오늘의 독자에게 회색고래의 여정 너머에 있는 우리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이유가 분명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