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 문해력이 경쟁력이다”
우리 아이 문해력을 키우는 한자어 수업
최근 물의를 일으킨 한 회사가 소셜미디어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공지문을 올렸더니 네티즌들이 ‘정중하게 사과해야지 뭐가 심심하냐?’라는 항의성 댓글을 잇따라 달았다고 한다. ‘심심(甚深)한’ 사과를 ‘깊고 간절한 사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문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한 정치인이 “무운(武運)을 빈다.”라고 말하자 현직 기자가 ‘운이 없기를 빈다’라는 뜻의 ‘무운(無運)’으로 해석해서 보도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이쯤 되니 “명징하게 직조하다.”라는 영화평론가의 글에 누리꾼들이 무슨 말이냐며 항의하는 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런 일들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 상당수가 학생들에게 교과서의 어휘를 지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담임교사 257명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1~2학년 국어, 수학 교과서 어휘 지도에 대한 교사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어 과목은 67%, 수학 과목은 60.3%가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 대부분이 어휘력을 위해 기본적인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제대로 된 한자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한자어 공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아이에게 바른 어휘력 학습법을 알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해력은 평생 학습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어휘 학습 원리를 바탕으로 한
4단계 한자어 수업
지금까지 시중에 출판된 한자 교재는 대부분 한자 그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자를 쓰는 방법과 뜻만 암기하는 공부는 한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어휘력 향상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병규 저자는 한자 자체보다는 어휘를 깊이 있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의 내용을 구성했다. 한자 쓰는 법을 암기하느라 아이들을 지치게 하는 대신 다양한 어휘 활용을 통해 흥미를 돋우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 다양한 어휘를 알게 된다
● 단어의 뜻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 모르는 단어의 뜻을 스스로 유추하게 된다
● 실제 문장에서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어떻게 어휘를 학습하느냐가 중요하다. 잘못된 방법으로 학습하면 시간과 힘만 들 뿐 실력은 크게 늘지 않는다. 이 책은 다음처럼 어휘 학습 4단계 원리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어휘를 짐작해 보세요!
새로운 어휘를 처음 만나면 우선 그 뜻을 짐작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제 한자가 제시되고 그 아래에 한자를 사용한 한자어 4개가 소개된다. 여기서 각 한자어를 이루는 한자의 뜻에 주목하며 단어의 뜻을 짐작해 본다. 이 책 한 권에는 30개의 주제 한자와 120개의 핵심 한자어가 나온다. 이 120개의 핵심 한자어의 뜻을 짐작하다 보면 아이의 추론력과 더불어 어휘력이 풍성해질 것이다.
2단계, 예문을 통해 어휘를 이해해 보세요!
어휘에는 숨겨진 면이 많아서 홀로 있는 단어의 정의만 따로 외워서는 배워도 배운 게 아니다. 문장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어휘를 보면서 실제로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생각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 책의 두 번째 페이지에는 앞에서 짐작해 본 4개의 단어에 대한 뜻과 예문이 나온다. 앞에서 스스로 짐작한 뜻과 책에서 제시한 뜻을 비교해 본다. 단지 뜻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런 뜻이 되는지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 어휘를 활용해 보세요!
어휘를 짐작하고 문장 속에서 이해했다면 이제는 직접 사용해 보아야 한다. 세 번째 페이지에서는 글쓰기를 해 본다. 앞에서 배운 4개의 단어를 이용해 빈칸을 채우거나 제시된 문장의 일부를 이어서 쓸 수 있게 해놓았다. 가능하다면 배운 한자어를 사용해 완전히 새로운 문장을 써 보는 것도 좋다.
4단계, 어휘에 관심을 가져 보세요!
풍부한 어휘력을 갖추려면 평소 어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말놀이처럼 재미있는 방식으로 아이가 어휘에 관심을 갖도록 네 번째 페이지에서는 핵심 한자어를 2개 이상 사용하여 한 문장으로 글을 쓰는 ‘창의력 꽉 잡아’ 코너가 있다. 이것은 말놀이와 글쓰기를 결합한 활동이다. 그 아래 ‘탐구력 꽉 잡아’ 코너에서는 앞에서 배운 한자가 들어간 단어를 주변에서 찾아 빈칸에 써보도록 한다. 또한, 앞에서 배운 한자와 음은 같지만 다른 뜻을 지닌 어휘도 함께 배치해 배우지 않은 새로운 단어까지 탐색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