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없이는 자유도 번영도 없다!”
미중 신냉전 속 한반도 안녕의 도전과제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는 국방 패러다임 전환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과거 수천 년 역사에서 한반도가 최소 수백에서 1,000회가 넘는 외침을 당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기록을 따져보면 지난 2000년간 한반도가 심각한 외적의 침략을 당한 횟수는 고작 80여 회라는 분석이 있다. 반면 항상 평화를 사랑하여 남의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다는 주장과는 달리 광대한 남의 영토를 접수하여 왕국을 수립한 광개토대왕이 역사의 영웅으로 대접받는 것도 우리의 모순된 현실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5위권 군사 대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같은 민주주의 국가면서 평화 헌법과 반전 여론이 어느 사회보다 강한 세계 최고령 노인 국가인 일본이 한반도를 재침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불안해한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감성적 · 정치적 안보 논쟁을 넘어 객관적 · 현실적 안보 논의가 필요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일제의 한반도 수탈이 강조되거나 중공군의 6·25전쟁 가세가 강조되며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했고, 오늘날 한반도 안보 문제를 논하면 친일, 친중, 좌파, 우파 등 원색적 비난으로 끝맺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미 · 중 · 일 · 러 초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으며 바로 옆에서 양안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있고, 많은 사람이 잊고 있지만 북한과는 여전히 휴전 상태이다. 게다가 전 세계는 지금 크고 작은 군사 갈등이 심심찮게 발생하여 평화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많다. 사소하게 여겨지는 안보 실책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는 배경이 모두 준비된 셈이다.
안보 문제는 현 상황의 다양한 선택지 중 최선의 안을 선택하는 과정의 연속이기에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할 자료가 필수적이다.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정책 결정자뿐 아니라 이를 감시하고 비판할 언론 및 일반 대중에게도 중요하다. 이에 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이자 동 대학에서 20년간 한반도의 안보를 연구한 신성호 교수는 한국에서도 안보에 관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연구와 논의의 지평을 갖추기 위해 전쟁론, 군사학, 국제정치학 등 이견 없는 정통이론을 망라하여 각 학문 대가들의 주장과 근거를 집대성했다. 전쟁론은 투키디데스, 칸트, 클라우제비츠 등의 고전을 다루고 국제정치학의 대부들인 케네스 왈츠 알렉산더 웬트의 이론과 21세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테러리즘은 오드리 크로닌 교수의 이론을 통해 분석한다. 이 외에도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면 흔히 접해보지 못했을, 그리고 언어의 한계로 접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최전선 안보 이론으로 가득하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안보 현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 그리고 시나리오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북한에 맞설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한가?
오늘날 가장 실질적인 안보 위협은 무엇인가?
안보는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대부분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사실 대부분 안보보다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다. 1차 걸프전을 완벽하게 승리하며 90% 이상의 지지율로 재선을 자신하던 부시 대통령이 “바보야 경제가 문제야”라 외치며 등장한 무명에 가까웠던 빌 클린턴 주지사에게 패배한 선거나, 백인 중산층의 사회 · 경제문제를 파고들며 국제 정세에 통달한 힐러리 클린턴에게 충격적 패배를 안긴 도널드 트럼프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안보는 잘 지켜져도 현상 유지일 뿐이며, 국력 · 부 · 자유 · 정의와 같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기 떄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안보와 국방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지루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이에 저자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운명과 안보 문제가 전문가들만의 문제를 넘어 일상사가 된 오늘, 대중을 위한 논의틀을 제공하고자 흥미로운 물음들을 던지며 논의를 개진한다.
▶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할까?
▶ 핵우산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 한미동맹은 영원할까?
▶ 친중이냐 반중이냐?
▶ 오늘날 가장 실질적인 안보 위협은?
▶ 대북 제재냐 당근이냐?
▶ 드론은 전쟁법에 어긋날까?
▶ 로봇이 전쟁을 대신할까?
이처럼 흥미로운 주제를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해외 각국의 정책 보고서와 최신 언론 자료를 통해 답을 이어간다. 이 과정을 통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인접 국가와 전 세계의 위기감과 분노를 자아내면서까지 불합리할 정도로 매달리는 모습의 배경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고, 미국과 중국 사이 한국이 취해야 할 가장 안전한 스탠스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21세기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는 북핵 위협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을 밝힌다.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은 21세기 강대국 간 치열한 경쟁과 보이지 않는 전쟁이 24시간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우주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새로운 우주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미국의 야심 찬 계획과 중국몽을 넘어 우주몽을 꿈꾸는 중국의 전략이 부닥치는 중이다. 또한, 로봇과 인공지능이 전쟁을 수행하는 자율무기 체계가 이슈로 떠올랐다. 즉 터미네이터가 전쟁을 치르는 것이 현실적 쟁점이 되었다. 로봇이 인간을 살상한다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윤리적 · 법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현대 안보는 전쟁 대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후변화 시대의 환경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인구절벽’에 선 대한민국은 초저출산 · 초고령화 추세 속 인구안보에 대응해야 한다. 이에 관한 연구와 대안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이처럼 한반도를 ‘전쟁’과 ‘평화’라는 큰 두 개의 축으로 풀어낸 이 책은 벌어질지도 모를 전쟁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혜택으로 바꾸는 기회까지 다룬다. 전 세계 모두가 대전환 시대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지금, 피해의식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