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부르는 목소리
이 책은 대한민국 최초의 수퍼내니이자 상담학 박사인 정주영 작가가 ‘중년’이라는 생의 고비를 어떻게 통과해왔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 진솔한 에세이이다. 저자는 자아 회복과 내면 치유의 여정을 따라가며, 누구나 겪지만 말하기 어려운 중년의 번아웃, 관계의 피로, 돌봄의 무게를 따뜻한 언어로 끌어안는다. 특히 일본에서의 체류 경험과 예술 활동은 저자에게 깊은 전환의 계기가 되었고, 독자에게도 일상의 쉼표를 허락하는 울림을 전한다. 30년간 묻어두었던 붓을 다시 드는 장면, 기숙사 방 안에서의 상념, 거울 앞에서 마주하는 중년의 얼굴. 이 모든 순간이 독자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속에서 묻는다.
“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까?”
· 중년이란 끝이 아니라 다시 설렐 수 있는 시작이다
저자는 권유한다. 중년 여성의 일상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데서 새로운 설렘이 시작된다고. 부모를 돌보고, 자녀를 떠나보내며, 한없이 밀려났던 ‘나 자신’의 자리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 정제된 문장 속에 고요하게 녹아 있다. 한 발 한 발 삶을 아로새기며 걷는 여행. 사방에서 옥죄어오는 책임, 가슴에 아프게 박힌 사람들. 그리고 삶의 퍽퍽함…. 그럼에도 좌절하기 싫은 우리네 인생.
저자는 그림과 글쓰기로 자신을 돌보기 시작하며 삶의 방향을 다시 잡는다. ‘슈필라움’이라는 자율적 공간 개념을 통해 진정한 휴식과 고립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반려동물과의 일상, 가족과의 거리, 갱년기와 노화에 대한 직면까지 중년이 겪을 만한 이야기를 가로지르며 공감 어린 조언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삶에서 놓치기 쉬운 감정들을 다시 꺼내 보여준다. 특히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세심하게 말하며, 지금껏 자신보다 가족과 사회를 우선해온 독자들에게 ‘나를 살아낼 용기’를 선물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히 인생 후반기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설레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중년은 끝이 아닌,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깊어지는 계절임을 다정하고도 단단하게 전해주고 있다. 마음이 지쳤다면, 혹은 다시 숨을 고르고 싶다면, 이 책이 당신의 따뜻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