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여름
엄마는 저녁을 짓고,
희미하게 라디오 소리가 들려온다.
화분에 핀 꽃들을 바라본다.
고추잠자리가 꽃 주변을 맴도는 것을 바라보며
온갖 공상에 빠진다.
근심이 없던 그때가 좋았고,
기운 넘치는 엄마의 밥 짓던 소리가 그립다.
“엄마, 여름마다 우리가 들여다보던 꽃들이 기억나?”
......

이번 작업을 하면서 꽃과 관련된 어린 시절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화단에 심겨 있던 모란꽃, 하굣길에 몰래 꺾어 쓴 향기를 맡아보던 국화꽃, 할머니 집에서 처음 본 나리꽃,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니다 본 온갖 꽃들까지…. 잊고 있던 많은 꽃들이 존재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엄마는 민화 꽃들을 보며 엄마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아하고 화려한 외래종과 개량종 꽃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추억과 사랑이 담긴 우리 꽃 그림이니까요. 가끔 전화해서 무슨 꽃을 그리시는지 물어보고, 엄마의 추억 속의 꽃은 어떤 꽃인지도 이야기 들어보는 시간 속에서 어린 소녀였던 엄마도 만나볼 수 있길 바라봅니다.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