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은 일본을 간파하려는 책이 아니다.
타인의 질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논리를 천천히 읽어내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해는 분석보다 느리고, 판단보다 조용한 태도다.
우리는 일본을 비판하면서도 일본 문화를 선망하고, 가깝다고 말하면서도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했다.
그 모든 이중성과 거리감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단어는 단 하나 ‘이해’였다.
낯설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그 문장 하나를 끝까지 지켜낸 책이 있었다.
베네딕트는 일본을 하나의 체계로 정리하거나 단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다만, 외부자의 눈으로 그 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왜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는지를 질문하는 데서 멈춘다.
수치와 체면, 의무와 의리, 은혜와 빚.
그 모든 낯선 언어를 끌어와서, 결국엔 인간에 대한 오래된 이해의 문장을 만들어낸다.
전쟁 속에서 피어난, 가장 인간적인 시선.
《국화와 칼》은 전쟁 속에서 태어났지만, 그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태도를 지켜낸 책이었다.
우리는 이 책을, 그 태도를 기억하고 싶어서 다시 꺼내 들었다.
지금 이 시대는 타인의 말을 듣기보다,
빠르게 단정하고, 쉽게 배척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안에서 《국화와 칼》은 ‘이해하려는 태도’의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느낌이있는책은 이 책을 고전 리메이크 시리즈 ‘오랫동안’의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
지금 다시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시리즈소개
『오랫동안』은 느낌이있는책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 깊은 울림을 주는, 세상을 바꾸거나 큰 영향을 미친 작품들을 감각적으로 재조명하는 시리즈입니다.
V 느낌이있는책의 독특한 접근을 통해, 고전 문학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가치와 의미를 담은 책들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V 각 권은 "오랫동안"이라는 테마 아래, 작품의 본래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에서 다시 풀어내고, 감각적인 형태로 독자들에게 다가갑니다.
V 단순히 과거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각 작품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작품이 지속적으로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시리즈입니다.
V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책들을 모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리로서의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