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상』은 맑고 단단한 동심으로 세상과 시대를 껴안는 시집이다
우정태 시인은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자연과 역사, 일상과 꿈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시편마다 담긴 따사로운 시선은 독자에게 ‘이렇게 맑은 마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르쳐준다. 세종대왕, 유관순, 발해 같은 역사적 인물과 주제부터 꽃, 곤충, 아이들까지 다양한 소재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인은 동시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넓이와 깊이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시집은, 동요하되 흔들리지 않고, 재미있되 얕지 않으며, 꿈꾸되 현실을 잊지 않는다.
「믿는다」
나는, 나는 믿는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정겨운 우리 집이 될 거란 걸.
이 시는 단순한 희망을 넘어서는 ‘확신’의 시다. ‘나는, 나는 믿는다’라는 반복은 주문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두드리고, 점점 더 넓어지는 믿음의 대상-집에서 학교로, 나라에서 지구촌으로, 마지막엔 ‘나 자신’으로-이어지는 구조는 아이의 순수한 시선에서 바라본 이상적 세계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이 시에서 시인은 현실의 부족함을 외면하지 않는다. ‘지금보다 훨씬 더’라는 표현은 현재의 결핍을 전제로 하지만, 그 결핍 위에 더 나은 내일을 세운다. 미래는 "믿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동심의 신념이 오히려 독자에게 어른스러운 감동을 준다.
이 시가 담고 있는 정서는 『세종대왕상』 전체에 흐르는 따뜻한 결이다. 역사와 가족, 친구와 자연을 아우르며 ‘같이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이 시집의 가치는, 그 순수함과 진정성에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 잊고 있던 시선을 되찾게 해주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