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 얼굴로 소통하기
우리는 매일 많은 얼굴들을 마주한다. 그 얼굴들 속에서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을 찾아내고, 내가 아는 사람을 알아보고,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는 처음 만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짐작한다. “순해 보인다”, “까칠할 거 같다”, “똑똑해 보인다” 같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파악해 내려고 한다. 겉모습으로 내면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결국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내면이 아니라 외면이기에 우리는 그 외면으로 내면을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다.
현생 인류는 얼굴을 보도록 진화해 왔다. 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은 내 무리를 구별해내기 위해서 얼굴을 구분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고도로 발달시켰고, 내 편에게 나의 의사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표정을 풍부하게 쓰게 되었고, 내 시선의 방향을 알리기 위해 흰자위 면적도 넓혔다. 우리는 모르는 얼굴도 0.1초 만에 인지해 첫인상을 만들어내고, 별거 아닌 사물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닮은 배열을 찾아낸다. 얼굴을 보는 것은 우리의 본능이다.
지각 심리학자인 저자는 지각 심리학 중에서도 시지각을 전공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를 연구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자극이 바로 얼굴이었다고 말한다. 얼굴을 보며 하는 소통이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우리는 얼굴이 소통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내 눈으로는 직접 볼 수 없는 내 얼굴을 거울을 보며 열심히 관리한다.
“이 책은 정보와 인식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크게 얼굴 인식을 다루는 1부와 매력을 분석하는 2부로 나뉜다. ‘1부 얼굴을 읽다’에서는 우리가 얼굴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다룬다. 우리 뇌가 어떤 방식으로 얼굴을 구분해 신원을 파악하는지, 어떻게 표정으로 타인의 마음을 읽는지를 심리학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2부 매력을 보다’에서는 얼굴의 매력과 호감에 대해서 좀 더 파고든다. 외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더 매력적으로 생긴 사람을 더 좋게 판단하는 매력의 후광효과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 어떤 얼굴을 매력이 있다고 느끼는지, 미의 기준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화장은 어떤 착시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어떻게 호감을 만들어내는지 등을 설명한다.
『우리는 왜 얼굴에 혹할까』는 2021년 나왔던 『왜 얼굴에 혹할까』의 개정판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했던 팬데믹 시기에 진행되었던 연구들을 포함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대폭 추가되었다. 또한 얼굴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시각 자료를 많이 활용하는데, 초상권 문제로 인해 주로 저자의 얼굴 사진과 AI 인물 사진을 이용했다. 스스로의 얼굴 인식을 시각 자료로 실험하며 글을 읽다 보면 심리학적인 내용이 더 실감나게 와 닿는다.
얼굴에 대해 알차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타인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또 내 얼굴을 어떻게 남들에게 보여줄지에 대해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얼굴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