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과 현악 사중주의 아버지,
위대한 하이든
하이든은 위대한 작곡가 가운데 살아 있을 때 얻은 명성이 죽은 뒤까지 계속 이어진 최초의 인물에 속한다. 그가 사랑받는 것은 주로 인기 있고 아름다운 곡조를 지닌 교향곡 몇 곡과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덕분이지만, 하이든이 이룬 음악적 업적과 그의 매력적인 생애가 보여주는 방대함은 친구인 모차르트의 탁월한 천재성이나 제자인 베토벤의 반항적인 과감성에 가려져 있었다. 이 전기는 훌륭하게 발췌된 음악의 도움을 받아 재능이 풍부하고 웅변적이고 에너지와 매력으로 가득 찬 하이든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의 독창적인 음악에는 이런 특징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_ 조지프 헤이스
그의 음악은 극적인 긴장감과 대중적인 요구를 적절하게 배합하면서 절정의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 이런 균형 감각, 조화미는 고전주의 음악의 주요 특질이지만, 하이든의 삶에서도 그런 특징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거의 평생을 에스테르하지 공작가의 직원(혹은 하인) 신분으로 살면서 상위자와 하위자들 간의 온갖 갈등을 훌륭하게 조정했고, 악처로 소문난 아내와 애인들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해냈으며, 나중에는 런던에서 대중을 상대하여 광범위한 연주 활동을 하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의 음악적 비전을 잃음이 없이 오히려 더 장대한 형태로 실현시킬 수 있었다. 음악적 진지함과 오락적 요소 사이의 균형은 필수였을 것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사실 하이든은 비교적 주위 여건과 불화하지 않은 작곡가에 속한다. _ 김병화, ‘옮긴이의 말’ 중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은 교향곡과 현악 사중주의 형식을 확립하고 교향곡 106곡, 현악 사중주 68곡 등 방대한 작품들을 작곡하며 고전주의 시대를 이끈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한미한 시골에서 태어나 고용주로부터 하인 취급을 받으며 음악 일을 시작하지만, 마침내 유럽을 대표하는 예술가의 반열에 올라 노년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에 이른다.
인품과 지혜로 존경과 사랑을 받은 ‘파파’
“우리도 떠나야겠군.” 교향곡의 마지막은 활기 넘치게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하이든이 1772년에 작곡한 f샤프단조 교향곡은 각 악기가 차례로 침묵하며 아다지오로 끝난다. 각 연주자는 자기 파트가 끝나면 촛불을 끄고 악기를 들고 자리를 벗어난다. 연주가 끝나자 에스테르하지 공작은 “이들이 모두 떠난다면 우리도 떠나야겠군” 중얼거렸다. 다음날 에스테르하자에서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하이든은 여름 궁전에서의 근무기간이 길어져 음악가들이 향수병에 시달리자 이 작품을 통해 공작에게 넌지시 뜻을 전한 것이다. 〈고별〉 교향곡(45번) 탄생에 깃든 일화이다.
하이든은 스물네 살 아래의 모차르트와 격의 없는 친구로 지냈다. 둘은 모두 프리메이슨 회원이었고 모차르트는 그에게 현악 사중주 6곡(〈하이든 사중주〉)을 헌정했다. 모차르트는 두 하이든(요제프와 미하엘)에 대해 말할 때 늘 감동한 모습이었고(p.108), 하이든은 레오폴트 모차르트에게 아들 볼프강이 “세상에서 안 그 누구보다 위대한 작곡가”라고 말했다(p.107). 자신에게 온 작품 의뢰를 모차르트에게 은근히 넘기기도 했고, 변덕 심한 기획자들이 모차르트를 헐뜯고 있을 때 “모차르트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고 말해 모두를 침묵시키기도 했다(p.116). 한편 그는 베토벤을 가르치기도 했다.
생애 사이사이에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도 등장한다. 사랑하던 여인이 수도원에 들어가자 그녀의 언니와 결혼했지만 둘 사이에는 평생 아이가 없었다. 일하는 가운데 여러 애인을 두었지만 아내에게도 애인들에게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는 아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숱한 요구들을 감당했고 애인의 아이들을 지도하고 취직시켰다.
일찌기 성공한 후 노년에는 작곡에서 멀어졌던 여느 작곡가들과 달리 그는 생의 마지막까지 창작의 펜을 놓지 않았다. “정신력은 쇠퇴하는데 일하고 싶다는 욕망과 압력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오오 신이여! 이 영광스러운 예술에서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p.219)
노년의 하이든은 당대의 가장 유명한 작곡가였지만 젊은 시절부터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 여전히 에스테르하지가를 섬겼다. 그는 자신을 갈고 닦아 원만한 성품과 세상을 헤쳐 나가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었다.
음원, 비교연표, 등장인물 해설, 음악용어집 등
다른 전기에서 만나기 힘든 충실한 부록
이 책의 부록에는 등장인물 해설, 음악용어집, 주요작품 해설, 문화·역사·하이든 생애 비교연표 등 풍부하고 알찬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비교연표는 한 인물을 해당 분야에서뿐 아니라, 시대 배경 및 동시대의 선후배 예술가들과의 관계 안에서 훨씬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하이든이 옥스퍼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던 1791년에 모차르트는 〈레퀴엠〉 작곡 중 세상을 떠나고, 프랑스 국민회의는 해산되고, 윌버포스는 영국 의회에서 노예제의 점진적 폐지안을 발의한다.
음악용어집에는 낯설거나 자주 들었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했던 음악용어들이 잘 해설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교향곡’이란 무엇일까? 이렇게 해설되어 있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나타”. ‘소나타’와 ‘소나타 형식’은 다시 해당 항목을 찾아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의 초판에는 당시 전기로서는 파격적으로 하이든의 주요 작품을 담은 CD 2장이 함께 제공되었다. 한 음악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생애를 따라가는 것 못지않게 주요 작품을 직접 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때 첨단 매체였던 CD 역시 어느새 구시대의 매체가 되었다. 이제는 유튜브 등에서 검색을 통해 다양한 연주자의 연주를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다. 시대 여건의 변화로 CD를 듣기 힘든 여건의 독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개정판에서는 더 이상 CD 부록을 제공하지 않지만, CD에 담겼던 주요 작품들에 대한 충실한 해설은 여전히 책에 담겨 있다. 또한 책 속의 낙소스 웹사이트 사용번호를 통해 기존 CD 부록에 수록되었던 곡 전체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는 2010년, 국내에 믿고 읽을 만한 음악가 전기가 드물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해마다 우승하고, 음악대학과 오케스트라의 수가 인구에 비해 적지 않은 편이지만, 정작 기초적인 음악도서는 빈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당시, 본 시리즈의 《쇼팽, 그 삶과 음악》이 국내 판매 중인 유일한 본격적인 쇼팽 전기였습니다. 그동안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멘델스존, 쇼팽, 말러, 차이콥스키, 바그너, 스트라빈스키, 버르토크, 쇼스타코비치, 로드리고, 프로코피예프, 드보르자크, 리스트, 푸치니, 라흐마니노프, 사티 등 현재까지 총 18권이 발간되었습니다. 음악전문출판사 포노는 앞으로도 꾸준히 훌륭한 음악가들의 삶과 작품을 담은 전기를 출간하겠습니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