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 작가 신작
대도시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절망의 끝,
깊은 산속 고요한 마을, 길 잃은 영혼들의 안식처
유럽 최고의 광고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아브릴은 한순간의 실수로 십 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는다. 밤잠을 줄여가며 동료들과 함께 한 달 가까이 준비해온 광고 프로젝트를 마무리짓고 상사의 최종 확인까지 받아둔 시점에, 고객사인 ‘칩스’사 대신 고객사의 경쟁사인 ‘찹스’ 유한회사에 메일을 보내버리고 만 것이다. “코카콜라의 일 년 치 마케팅 전략을 펩시에 넘긴 거나 마찬가지”인 대형 참사 이후, 아브릴은 광고업계에서 쌓은 커리어의 종말을 맞는다. 직급과 급여가 높아질수록 막중한 책무를 짊어지고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아브릴은 그동안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지만, 야속하게도 회사는 아브릴을 고소까지 하겠다 알려온다.
눈물을 쏟으며 극심한 좌절감을 토로하던 아브릴은, 할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여 대도시 생활을 접고 마음의 휴식을 위해 할머니의 옛 시골집이 있는 카탈루냐 지방 소도시 트레비예스로 향한다.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피레네산맥 깊숙이 자리한 외딴 마을에 도착한 아브릴은, 과거 마을의 사설 도서관이기도 했던 할머니의 옛집 1층 서가에 가득 꽂혀 있는 책들을 마주하며 안식처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동안 틈틈이 집을 관리해오던 마을 주민 파르바티의 소개로 할머니의 비밀 정원도 발견하고, 그 안에 오래된 도자기가 있으니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지 살펴보라던 할머니의 말도 떠올려본다.
아브릴이 세상의 시름을 잊고 독서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침실이 있는 2층에 낯선 남자가 들이닥친다. 세상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난공불락의 요새 같던 구글을 해킹했다가 체포되어 수감 생활을 한 알렉스는 가석방 상태였고, 출국 전까지 조용히 지낼 곳이 필요했던 터라 자신의 변호인이자 아브릴의 아버지인 미겔의 손에 이끌려 트레비예스에 오게 된 것이다. 미겔은 두 사람이 당분간 한 집에서 지낼 것을 부탁한다. 저마다의 이유로 길을 잃거나 세상에 상처를 입은 아브릴과 알렉스는 그렇게 운명적으로 만나고, 임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평화롭고 고요한 작은 마을 도서관에
모두가 꿈꿔온 독서클럽이 열린다!
다정하고 개성 강한 인물들의
영혼을 살찌우는 책과 문학, 삶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
오랫동안 닫혀 있던 도서관 문이 열리자, 고요했던 공간에 독서클럽과 뜨개질 모임을 위해 트레비예스 마을 사람들이 찾아온다. 장성한 자식들을 도시로 떠나보내고 빈 둥지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인도 이민자 2세인 파르바티, 이혼 후 홀로 카페와 빵집을 운영하는 마리아, 평생 독신으로 살며 소도시의 시장으로 일하는 로사…… 독서 취향도, 삶의 모양도 “은하수의 별자리만큼이나” 서로 다르지만 수십 년 우정을 이어가는 마을 토박이 삼총사와, 파르바티의 남편 자우메, 치과의사이자 약사인 마을의 만능 일꾼 앙헬, 그리고 까칠하고 퉁명스러운 성격 탓에 마을 사람들 주변에서 조금 겉도는 지역 경찰 살보까지 매주 한자리에 모여, 준비해온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뜨개질을 하거나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그들은 안전하고 따뜻한 도서관 안에서 책과 양모 실타래, 그리고 좋은 친구들에 둘러싸인 채 저마다 뜨개질에 몰두하고 있었다. (…) 파르바티는 곁눈질로 도서관의 정경을 흘끔거리며 기쁨에 겨운 나머지 한숨을 지었다.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143~144쪽)
독서클럽의 회원들은 『드라큘라』 『프린세스 브라이드』 『듄』 『에마』 『멋진 징조들』 등 다양한 소설을 함께 읽는다. 삶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 속에서, 독서 모임을 이끌게 된 초보 사서 아브릴 등 여러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영혼을 살찌우는 다양한 문학작품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이어진다. 간간이 끼어드는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마을 주민들의 잡담마저 사랑스럽다. 따듯하고 포근한 공간에서 평화롭게 책을 읽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뱀파이어들이 편지를 이렇게나 많이 주고받는 줄 몰랐어요. 자그마치 오백삼십육 쪽이나 된다고요!”
“심지어 신문기사와 일기도 실려 있어요.”
“무서워요.”
“드라큘라가요?”
“아뇨, 오백삼십육 쪽이나 되는 빅토리아시대 서간체epistolar 소설이라는 것이요.”
“왠지 유혈이 낭자하고 마구잡이로 총pistola을 쏘아대는 장면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서간체 소설은 총과 아무 상관도 없어요.” (1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