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각본 춘향전 연구》는 지금까지 부분적으로만 접근되어 온 방각본 계열의 《춘향전》을 총체적으로 조망한 연구 성과이다. 저자는 서울과 전주에서 간행된 방각본 《춘향전》의 모든 이본을 최대한 수집하고, 이를 경판과 완판이라는 두 계열로 구분해 성립과 변모의 양상을 실증적으로 추적하였다. 특히 방각본을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대중 소비를 전제로 한 문화상품으로 인식함으로써, 독서 시장과 출판 유통의 흐름 속에서 춘향전의 변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점이 주목된다.
이 책은 단순한 이본 목록화나 서지적 정리 수준을 넘어서, 판본의 구성, 등장 인물의 변화, 신분 설정, 삽화의 유무, 서사 흐름의 재구성 등 각 요소를 분석하여 방각본 춘향전이 고소설과 판소리, 근대 소설 사이에서 어떻게 위치를 점해왔는지 설명한다. 세책본과 활판본, 그리고 판소리 사설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방각본 춘향전의 독자성과 시대적 의미를 밝히려는 시도는, 고전 텍스트 연구에 있어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