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나의 정체성을 찾아 걷는 길
패션은 단순히 ‘옷을 입는다’라는 경로에서 벗어나 각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옷을 선택한다는 건 단순히 유행이나 경제적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세상에 어떻게 표현하고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어떤 날에는 단정한 모습을 연출해 나의 삶도 그러함을 증명하고 싶고, 또 어떤 때에는 화려한 색채로 여유와 즐거움을 표현하고 싶기도 하다. 마음먹고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입는 옷에는 자연스럽게 그날의 기분이 스며 있으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이처럼 패션은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표현하는 나의 모습이 되어주고는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세계적인 디자이너 50인의 삶과 디자인은 패션이 단순히 외적 꾸밈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한다. 예를 들어 가브리엘 샤넬은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여성들에게 자유와 독립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이는 당시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변화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반면 엘사 스키아파렐리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디자인과 연출을 통해 기존 패션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성으로 가득 찬 내면을 과감히 드러내고자 했다. 이들의 옷은 단순히 패션을 넘어 어떠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각 디자이너는 자신의 정체성을 패션으로써 표현하고, 그들의 작업을 입는 사람들 또한 이를 통해 개성과 신념을 드러낸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정해진 유행에 따라 소비자가 움직이는 시대가 아니다.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지고, 패션이나 액세서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누군가는 랄프 로렌의 클래식함에서 안정감을 얻을 테고, 또 누군가는 베르사체의 화려한 색감과 패턴으로 개성을 드러낼 것이다. 또한, 꼭 특별한 브랜드나 유행을 따르지 않더라도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러니 결국 패션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옷을 입을 때 가장 ‘나’다운지를 찾는 과정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는 작은 선택 속에서 끊임없이 ‘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이와 같은 생각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면, 이 책은 늘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패션을 사랑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50인
훌륭한 패션 디자이너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 모든 이들의 삶을 알고 이해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50인의 디자이너를 선정해 그들의 삶과 가치관을 압축해 담아냈다. 우리는 명품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그것이 세상의 질문들과 어떻게 연결되며 어떠한 역사가 이어져 오늘날에 닿았는지는 모른다. 디자이너의 펜 끝에서 탄생한 한 벌의 옷은 때로 사회를 반영하기도,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메타포가 되어주기도 한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와 교감하며 그 시대의 가치를 투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가브리엘 샤넬, 발렌티노 가라바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를 비롯한 수십 명의 디자이너는 한 시대의 패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들은 마치 음악이나 문학의 거장이 그러했듯 ‘패션’이라는 방식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섬세한 감각과 창의성으로 사회의 기준을 허물기도, 또 때로는 사람들의 욕망과 이상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하나의 옷을 창조하는 과정은 하나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리고 이들은 선, 형태, 셰이프, 질감, 색채 등의 디테일을 통해 자신들이 꿈꾸었던 세계와 라이프스타일을 현실로 옮겨오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패션’이라고 하면 화려한 런웨이와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수많은 디자이너의 이름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다. 정작 그들의 삶과 철학, 그리고 디자인 속에 담긴 의미까지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결과 우리가 입고 소비하는 옷의 진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치기도 한다. 하지만 옷에 담긴 이야기를 모르고 옷을 입는다는 건 마치 문맥 없이 소설을 읽는 일과도 같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에 담긴 50인의 서사는 우리가 패션을 이해하고, 패션 하우스의 작품을 하나의 ‘가치’로서 이해하는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필드에서 활동한 저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패션 디자이너의 삶, 그리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작품들을 엄선해 소개한다. 각 디자이너가 자신의 시대와 어떻게 대화하고 소통했는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그들의 디자인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깊이 들여다본다. 그 속에서 우리는 ‘패션’이라는 예술이 어떻게 시대의 기록이자 목소리가 되어 왔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벌의 옷이 우리에게 말을 건넬 때 우리는 그 옷을 만든 사람과 그의 시대를 만난다. 아름답고 선명한 디자인 뒤에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그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순간에 담긴 꿈, 도전, 고민을 이 책을 통해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옷이라는 예술이 품고 있는 풍부한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나의 내일을 비추는 패션 디자이너의 삶
화려하게 살아가는 누군가의 일상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삶은 그저 삶이다. 그 개성과 모양이 다르다 한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삶을 관통하는 의미와 고민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래서 나보다 한발 먼저 내디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일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화려하게 주목받으며 살아가는 패션 디자이너들에게도 나름의 고민과 실패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명성을 얻게 된 이유는 그러한 고민을 용기 있게, 때로는 유연하게, 또 때로는 굳세게 헤쳐 나갔던 태도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발자국을 보며 내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보는 일은 조금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누군가의 성공을 부풀려 말하기보다는 고민과 역경, 그리고 삶의 흐름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국내에 출간된 패션 디자이너의 도서를 보면 컬렉션을 모아 디자인적인 특징을 말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예술이라는 건 삶과 작품의 연결성을 배제한 채 감상할 수 없다. 반드시 그 작품을 만들어 낸 이의 삶을 들여다보아야만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기까지 이들은 깊고 어두운 터널을 수없이 통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끝에서 발견한 빛이 단지 성공이라는 화려한 결과물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어쩌면 그들이 원했던 건 성공이라는 성과보다 진정한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순간 그 자체였을지도 모르겠다.
디자이너의 작품은 고민과 실패에 대한 답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에 가깝다. 한 벌의 옷이 완성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고민과 망설임, 그리고 선택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역시 매일 크고 작은 결정을 마주하며 그들과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며,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으며 그 해답을 찾아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니까. 50인의 패션 디자이너가 각자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태도, 그리고 가치관을 바라보는 것은 결국 우리 삶에 더 깊고 단단한 질문을 던지는 일과 다르지 않다.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시간을 견뎌야 하거나 어려움이라는 그늘이 드리워질 때, 그들이 선택한 길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 담긴 그들의 삶과 패션은 우리의 먼 훗날을 읽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