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뿌리 구미〉의 구성

〈거대한 뿌리 구미〉는 4부로 구성했다. 제1부는 박정희 도시 제2부는 대한민국의 뿌리 제3부는 구미에서 살까? 제4부는 살아있는 도시다.
제1부에서 박정희라는 한 정치지도자의 족적이 가득한 구미를 파헤친다. 박정희노스탤지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도 없지만 구미는 박정희도시가 아니다. 그러나 구미공단의 탄생과정과 쇠락 그리고 방산·첨단산업도시로 거듭난 구미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할 지도 모른다.
제2부가 진짜 대한민국의 뿌리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조선초 성리학의 본산이 구미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다. 길재의 학당 금오서원이 거기 있었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고려말 충신 야은이 조선성리학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지도 모른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할 수 있었던 정신적 지주가 호국불교였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신라불교초전지의 역사적·정치적 의미도 달라질 것이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제병탄하려하자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반대하고 울분을 토했지만 의병을 조직해서 직접 맞서 싸운 구한말 의병운동의 뿌리가 바로 왕산(旺山) 허위선생이었다는 사실도 우리는 기억해내야 한다.
제3부는 산업도시 구미가 품고 있는 대자연을 찾아냈다. 영남을 상징하는 금오산과 천혜의 낙동강이 제공하는 자연습지 그리고 해마다 겨울이면 철새들의 천국이 되는 샛강생태공원, 금오랜드와 에코랜드 등은 구미가 대한민국 최고의 거주환경을 갖춘 복지도시로 거듭 탄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제4부에서는 박정희가 힙(hip)한 도시, 구미가 주는 즐거움을 고루 소개하고 있다. ‘라면 먹고 갈래?‘란 영화대사가 생각나는 구미라면축제는 물론이고 새마을시장야시장 금리단길 등 구미는 즐거운 ’락(樂)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부록으로 저자는 박정희가 5.16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당시 자유당말기와 장면정권의 혼란상을 상세하게 기술해놓고 박정희의 제5대 대통령 취임사를 첨부, 당시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 것이 이채롭다.


〈거대한 뿌리 구미〉는 구미에 대한 안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나 기억을 되살리는 박정희노스탤지어를 위한 책이 아니다.
구미라는 한 지방도시가 갖고 있는 오랜 역사와 잠재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박정희라는 한 지도자가 한 도시를 어떻게 변모시켰는지를 알게 되고 그의 여정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박정희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그가 걸어간 길을 되짚어보는 것만으로도 동시대역사를 반추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뿌리가 튼튼해야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잘 모른다. 구미가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뿌리라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수많은 역사와 시대의 상처가 있었고 고난의 역사도 있었다. 그러나 구미는 오늘의 대한민국의 정신과 철학, 그리고 우리 시대의 근대화와 산업화의 뿌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구미를 가지 않더라도 구미를 둘러보기만 하더라도 신라불교와 조선성리학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확인하고 수긍하게 된다면 감히 구미가 대한민국을 만든 거대한 뿌리의 한 줄기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감히 믿는다. 저자가 발로 뛰며 기록한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