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구경하고 끝나는 공간에서, 잊혀지지 않는 브랜드 공간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오프라인 공간은 더 이상 상품을 진열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제 공간은 고객과 브랜드가 관계를 맺는 "전략적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객은 공간에서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를 직관적으로 경험하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따져본다. 이러한 변화는 오프라인 공간이 브랜드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기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공간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최전선이 되었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감각적으로는 매력적인 공간일지언정 브랜드다움이 드러나지 않아 인상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고객의 일회성 방문으로 끝나고, 충성도 높은 관계로 확장되지 않는다. 결국 감각만으로는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될 수 없다.
《공간은 전략이다》는 바로 이 간극의 본질을 짚는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이자 경험 디자이너로서 수많은 기업의 공간을 자문해온 저자는, 공간을 브랜드 전략의 중심으로 되돌려 세운다. 북촌의 전통 한옥과 1960년대 양옥을 연결한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설계된 도쿄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그리고 철길 위에 지역성을 담은 브랜드 공간을 덧입힌 도쿄 시모키타자와의 도시 재생 사례까지. 브랜드 철학을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사례들을 통해, 공간을 전략적으로 구현하는 해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몰입에서 진정성까지, 브랜드 공간을 완성하는 4가지 축과 8가지 전략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트렌드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 공간을 구조화된 전략으로 체계화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오프라인 공간이 브랜드의 철학과 고객 경험을 유기적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4가지 전략 축과 8가지 키워드를 도출한다. ‘몰입, 공감, 연결, 진정성’이라는 4가지 축 아래, ‘일상성’, ‘예술성’, ‘큐레이션’, ‘초개인화’, ‘오감 센싱’, ‘딥리테일’, ‘로컬’, ‘안정감’이라는 8가지 키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몰입에서 출발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결을 심화하여 안정감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공간이 브랜드의 정체성과 경험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적 기준을 정리한다.
얼핏 익숙하게 들릴 수 있는 이 키워드들은 이 책에서 전혀 다른 깊이로 읽힌다. 1부는 ‘몰입형 공간 전략’으로, 브랜드가 고객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되 고유의 감도를 예술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2부의 ‘공감 기반 공간 전략’은 브랜드가 고객의 정서에 어떻게 응답하고, 자신의 세계관을 큐레이션 방식으로 전달하는지를 다룬다. 3부에서는 오감과 첨단 기술을 활용해 브랜드 경험을 확장시키는 ‘경험 연결 전략’을, 4부에서는 로컬성과 안정감을 기반으로 신뢰를 쌓는 ‘진정성 기반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전략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하나의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얽히며, 고객 경험 전반에 입체으로 작용한다. 통신, 뷰티, 패션, F&B, 호텔 산업은 물론 도시 재생,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공간 전략이야말로 기억에 남는 브랜드를 완성하는 핵심임을 증명한다.
변화하는 시대, 브랜드 공간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
기술이 일상과 산업 전반에 스며든 시대에도, 오프라인 공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은 ‘브랜드가 자신과 어떻게 관계 맺고자 하는가’를 공간에서 더 직관적으로 느낀다. 그렇기에 브랜드 공간은 고객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지속가능한 신뢰를 쌓는 장으로 진화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억되고 싶은 브랜드의 욕망과 공감받고 싶은 고객의 욕구가 만나는 접점을 어떻게 공간으로 구현할지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공간을 통해 브랜드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마케터, 브랜딩 실무자, 공간 기획자에게 이 책은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