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 일본. 그중에서도 도쿄는 비교적 ‘떠날 결심’을 하기 쉬운 도시로 손꼽힌다. 이 책은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어디를 가도 ‘초록 풍경’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식물 사랑이 남다른 사람을 위한 맞춤 도쿄 여행 안내서다. 《그린 도쿄》는 트렌디한 쇼핑 공간이 아닌 쇼핑 공간의 옥상정원이나 다양한 식물로 가득한 공공 공간에, 식당·카페의 특별한 메뉴나 인테리어가 아닌 플랜테리어나 외부 정원이 멋진 공간에 주목한다. 제주도 날씨와 비슷해 서울과 같은 듯 많이 다른 도쿄 곳곳의 개별 식물은 물론 거리에 줄지어 서 있는 도쿄의 가로수와 건물 입구의 화단, 그리고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누군가의 작은 정원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았다.
조경을 전공하고 정원 만드는 일을 하는 김석원은 도심 조경과 정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꼭 한번 들러 볼 만한 도쿄의 중요한 조경 공간을 골라 추천한다. 세심하게 설계된 녹색 공간이 건물 전체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는지, 건물의 가치를 어떻게 높이는지, 무엇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도쿄의 멋진 장소들을 만날 수 있다. 일본에서 공부한 후 10년 넘게 도쿄에서 일하고 있고, 산책과 등산이 취미인 윤지하는 ‘식물’을 콘셉트로 한 도쿄의 ‘핫 플레이스’와 느긋하게 식물과 눈 맞추며 산책할 수 있는 다양한 도쿄의 장소들을 찾아내 정리했다. 출판사에서 생태 책을 만들고 있는 전은정은 주요 식물원과 도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원,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전통 일본정원을 주로 소개한다.
책 속 추천 장소는 독자들이 각자 여행 동선을 정할 때 편리하도록 구별로 정리했다. 예를 들어 여행 일정에 모리미술관이 들어가 있다면, 미나토구 롯본기 근처에 있는 녹색 공간 중에 마음에 가는 곳을 하나 선택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맨 뒤에는 구근식물 식재가 인상적인 요코하마신항중앙광장공원부터 이나기시 하나·비요리 피트 아우돌프 정원 도쿄, 니시타마군 오쿠타마 지역 트래킹 코스까지, 도쿄 23구에 속하지는 않지만 시간을 내서 들러 볼 만한 도쿄 외곽의 주요 녹색 공간도 선별해 놓았다. 연계 관광지 등 장소마다 부가적으로 언급할 만한 정보가 있는 경우 장소 옆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전통 일본정원의 주요 양식’, ‘우리가 도쿄 도심 조경에 주목하는 이유’, ‘도쿄에서 만나는 거리의 나무들’ 등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 있게 볼 수 있는 읽을거리도 중간중간 들어가 있다.
인공적인 환경에 존재하는 식물은 그 장소를 늘 ‘새롭게’ 만들어 준다. 장소는 변하지 않아도 그 장소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의 모습은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매 순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식물은 알게 모르게 그 장소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심 속 자연에 눈길을 주기 시작하면 ‘가야 할 곳, 해야 할 일’ 목록이 주는 강박에서 벗어나 여행의 속도가 느려진다. 느긋하게 발밑의 식물을 살피고, 몸을 굽혀 작은 화단의 식물을 바라보고, 잠시 멈추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걸으면 여행의 시간을 한결 더 풍요롭게 채울 수 있다. 무엇보다 도심에서 자연을 경험하는 여행은 도시에서도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늘 먹고살기 바빠 잊고 사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 좋다.
식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당신,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을 안내자 삼아 지금껏 만나 보지 못한 ‘그린 도쿄’ 탐험을 떠나 보자. 우리와 함께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러 생명의 존재를 느끼며 느긋하게 즐기는 식물 산책의 즐거움을 도쿄에서도 만끽해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