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끊어진 목걸이, 봄을 앞두고 개화를 준비하는 나무들…
작은 존재의 눈으로 세상을 돌아보는 정호승의 짧은 이야기들
정호승 시인의 우화소설은 동식물이나 사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우리가 평소 눈여겨보지 못한 것들의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새롭게 비추어 본다. 나무 한 그루를 품고 싶은 외로운 들판의 이야기,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개의 이야기, 광주에서 총을 맞은 소년이 마지막으로 쥐고 있던 고무신의 이야기 등 《조약돌》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거울처럼 비춘다. ‘정호승의 우화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불완전하다는 것, 사랑을 통해서만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이라는 도종환 시인의 추천사처럼, 1999년에 처음 출간되었던 《조약돌》은 초판 출간 후 20여 년이 지나 새로운 독자를 만나면서도 이 세상에 필요한 따스함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새로운 감각의 일러스트로 빛나는 새로운 장정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며 피어나는 서정적인 세계
2025년 비채에서 펴내는 《조약돌》은 정호승 시인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세계를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담아냈다. 동시대적 언어 감각으로 작품을 전면 다듬었으며, 주요 장면을 더욱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게끔 박선엽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더해 새롭게 단장되었다. 책 곳곳에 삽입된 전면 풀컬러 삽화는 이야기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환기하며 정호승의 우화 세계를 오늘날 감각으로 불러낸다. 세련된 표지와 고급 양장 제본은 《조약돌》을 처음 만나는 독자는 물론 오래전 이 이야기를 품었던 독자에게도 간직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조약돌》이 품은 본질적 메시지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단단하고 뚜렷하다. 누구의 시선에도 들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는 듯한 시간, 흐르고 흘러서 결국 닿고 싶은 어딘가가 있다는 희망만으로 버티는 순간들. 《조약돌》에 담긴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감정과 존엄을 되짚어보게 한다. 강을 벗어나고 싶은 조약돌, 바다로 가고 싶은 종이배, 봄을 맞아 불꽃놀이처럼 피어나는 꽃망울들. 이야기 속의 존재들은 누구에게도 크게 보이지 않지만, 삶의 근원적인 외로움과 사랑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은 뒤 독자의 가슴속에는 작고 단단한 위로와 용기가 남는다. 《조약돌》은 새로운 세대에게는 스스로의 의미를 다시 찾을 용기를, 이미 이 이야기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독자에게는 그때의 묵묵한 다짐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