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참으면, 지금 이 마음도 사라질까?
슬픔을 삼키는 소녀를 위한 마음 따뜻한 판타지
사람은 왜 감정이 복받칠 때 눈물을 흘릴까. 슬픔, 분노, 기쁨-마음이 극에 달할 때 터져 나오는 눈물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 걸까.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에는 물방울로 이루어져 있는 ‘눈물토끼’들이 있다. 화가의 팔레트처럼 다채로운 빛깔의 몸으로 직접 눈물을 만드는 존재들. 그중 유일하게 새하얗고 보송한 털을 가진 토끼 ‘무토’는 태어날 때부터 눈물을 만들지 못하는 돌연변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무토는 눈물 제조 대신 눈물 탱크를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된다. 비록 눈물을 만드는 일은 하지 못해도, 돌연변이여서 무리에서 동떨어져도, 무토는 눈물토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하지만 세상이 변해 사람들은 점점 눈물을 흘리지 않기 시작하자, 눈물의 소비는 줄어든다. 무토의 마음속에는 ‘눈물은 정말, 여전히 필요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고, 그 질문은 ‘눈물 유출’이라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눈물도 슬픔도 모두 버겁게 안고 있는 십대를 위한
서동원 작가의 첫 번째 영어덜트 소설
사실은 가치 없는 게 아닐까? 눈물도, 나도. -책 속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달 드링크 서점》에 이어, 다시 한번 ‘토끼’를 모티프로 한 서동원 작가의 독창적인 상상 세계가 펼쳐진다. 작가의 첫 영어덜트 소설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은 감정 표현에 서툰 이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감성 판타지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 작품은, 눈물토끼임에도 눈물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 무토와, 아빠의 죽음 이후 마음을 닫아버린 유리의 여정을 따라간다. 유리는 엄마의 재혼이 아빠를 배신하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 또 한부모 가정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경험 때문에 절친인 미래에게조차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다. 말하지 못한 진심, 조금 서툴지만 소중하게 지켜온 우정, 첫사랑의 설렘이 어우러진 이 이야기는 ‘눈물’을 매개로 십대들의 내면을 다층적으로 그려낸다.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고 강한 것이 아니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말해준다.
어느 날, 토끼 귀를 한 소년이 내 앞에 나타났다.
“눈물 수거하는 걸 도와줘. 이 눈물은 너한테만 반응해.”
아빠의 죽음을 계기로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고등학생 유리. 어느 날, 엄마의 새로운 연인을 만나게 된 자리에 따라갔다가 하필 같은 학교 학생과 마주치게 된다. 소문이 날까 봐 놀란 유리는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고, 정처 없이 길을 헤매던 끝에 우연히 신비한 아쿠아리움에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토끼 귀를 단 소년 무토를 만난다.
무토는 눈물 세계에서 온 ‘눈물토끼’다. 사람들이 흘린 눈물을 회수하는 일을 맡고 있지만, 유실된 눈물은 주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아 괴물로 변질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무토는 눈물 회수를 도와달라며 유리에게 이런저런 현실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환상적인 아이템을 내세운다. 솔깃해진 유리는 무토와 함께 지상에 흩어진 눈물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유리는 절친한 친구 미래에게조차 아빠의 죽음을 비밀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연히, 전학생 초롬에게 엄마의 연인을 소개받는 자리를 들키고 만다. 유리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미래는 점점 서운함을 느끼고, 초롬은 전 학교에서 남의 비밀을 들춰내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는 소문이 도는 인물이다. 숨기고 싶은 사실과 들키고 싶지 않은 진심이 뒤엉킨 학교생활 속에서, 유리는 유실된 눈물을 찾고 우정도 지킬 수 있을까.
“모난 것 없이 완벽하면 좋을 텐데. 강하면 슬픔도 잘 안 느낄 거잖아요. 무토는 그런 적 없어요? 약한 자기 모습이 참 싫고, 짜증 나고 그런 적. 전 가끔 그래요.” - 책 속에서
이 책은 우는 것이 약점이라 여기며 감정을 꾹 눌러온 독자에게 말한다. 눈물은 미숙함이나 연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용기라고. 등장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파도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상처, 친구와의 갈등,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마음처럼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현실 속 감정들로 채워져 있다. 서로를 오해하고, 서운해하고, 때로는 멀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진심을 마주하는 아이들의 여정과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감정의 복잡함을 서동원 작가는 있는 그대로 포착해 낸다.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 “이 정도는 참아야지”라며 스스로를 다그쳐온 이들에게, 이 이야기는 조용히 속삭인다. 감정은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돌보고 이해해야 할 ‘나 자신의 언어’라고.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은 지금 내 마음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가는 성장담이자, 서툰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판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