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밀레〉 동인시집 『멸한 자리 말갛다』가 출간됐다. 시밀레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허충순, 민병일, 배태건, 원무현, 김해경, 이현주, 김곳, 배재경, 정훈 평론가 등 8명의 시인과 1명의 평론가로 구성됐다. 엄밀히 말해 동인이라기 보다는 시단의 선후배들이 자주 모임을 갔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인시집을 발간하게 된 것. ‘시밀레’는 악보에서 먼저 연주한 부분과 같게 연주하라는 뜻의 음악용어이다. 연령대가 50대에서 80대까지 폭이 큼에도 늘 변함없는 만남을 자주 하다 보니 붙여진 이름이다. ‘시’를 한자 ‘詩’로 바꾸어 詩의 마당에서 변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이번 1집은 허충순, 배태건, 원무현, 김해경, 이현주, 김곳, 배재경 시인과 정훈 문학평론가의 대표시 5편과 민병일 시인의 시론 ‘김동명 시의 시대적 명징성에 대한 엔솔로지’가 실렸다. 다들 시로 모였지만 다양한 사회적 구성원들이다. 허충순 시인은 다도와 꽃예술가로 더 많은 활동을 해왔으며 민병일 시인은 미학자로 부경대 명예교수로 있으며 배태건 시인은 늦게 문단에 나온 법학박사이다. 원무현 시인은 국제봉사단체인 사단법인 ‘아름다운 사람들’ 대표이며 김해경, 이현주, 김곳 시인은 부산시인협회의 사무국장과 편집장을 해온 분들이다. 배재경 시인은 계간 〈사이펀〉 발행인이며 정훈 시인은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학평론가이다. 동인지 전성기인 70-90년대와 달리 최근의 동인들은 문학적 에꼴보다는 인간적 만남에 의한 결성이 대다수다. 시밀레는 앞으로도 연 1-2회의 작품집들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인다.